[kjtimes=임영규 기자] 악성코드로 공인인증서를 빼내는 신종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결제원이 인터넷 금융고객 1700만 명에게 신종 피싱(phishing)의 위험을 경고하는 긴급공지 이메일을 보냈다.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지난 17일 인증서를 발급받은 고객에게 ‘악성코드로 인한 인증서 유출 관련 주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일괄 발송했다. 악성코드로 인증서를 탈취하는 신종 피싱 수법에 주의하고 의심스러운 사이트를 발견하면 즉시 경찰 등에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금융결제원은 이달 초순 피싱 사이트를 감시하다가 동일한 악성코드로 수집된 공인인증서 목록 뭉치를 발견했다. 유출된 인증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700여개에 달했다.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아 당장 금융사기에 이용할 수 있는 인증서만 461개였다.
이번 인증서 유출은 종전보다 한층 정교해졌다. 기존 피싱 수법은 보안카드 번호를 탈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 사기범이 피싱 수법으로 범행을 완성하려면 인증서와 각 금융사가 발급하는 보안카드 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커는 일단 가짜 인터넷뱅킹 사이트 등에서 보안카드 번호를 확보하고서 이를 토대로 각 금융사 인터넷뱅킹 사이트에서 인증서를 재발급 받아 예금을 빼낸다. 해커는 인증서를 재발급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재발급 사실을 알리는 은행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면 범행은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인증서를 새벽에 재발급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인증서 유출 사건은 보안카드 번호가 아닌 인증서를 먼저 탈취했다는 점에서 기존 수법과 달랐다. 해커는 인증서가 각 고객 컴퓨터 ‘C 드라이브’의 일정한 폴더에 저장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악성코드로 수백 개의 인증서를 한꺼번에 빼냈다.
인증서를 먼저 확보했기 때문에 보안카드 번호만 알아내면 인증서 재발급 절차 없이 범행을 완성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고객이 재발급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꼬리를 밟힐 가능성이 기존 수법보다 현저하게 줄어드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로서는 계좌 잔고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융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 수 없다. 한층 진화된 금융사기 수법이어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