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지배구조 ‘흔들흔들’… 서경배 회장 속내는

방계 일가, 보유 중이던 지분 처분……경영승계? 부의 대물림?

[kjtimes=견재수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방계 일가가 갖고 있던 지분을 처분하면서 서경배 회장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

 

재계는 이를 두고 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승계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슷한 측면에서 부의 대물림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오너 누나들 발 빼나

 

서경배 회장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서성환 회장으로부터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6남매의 막내로 누나 4명과 형 1명이 있으며, 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건설계열을 물려받을 때 서 회장은 화장품 사업을 물려받았다.

 

30대 초반에 사업을 물려받은 서 회장은 마몽드를 비롯한 라네즈와 헤라, 설화수 브랜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회사도 이 시기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서 회장의 누나 4명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지분 일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신들의 지분을 조금씩 팔고 있다. 특히 넷째 누나 미숙씨는 이제 단 1주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지 않게 됐다.

 

15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숙씨는 지난 2005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15229주와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주식 9457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조금씩 매각해 왔따. 그녀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금액은 약 16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녀의 두 아들 범식·연식씨도 2005년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을 각각 4600여주씩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각각 700여주와 1600여주만 남아 있는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주식도 각각 700여주와 2300여주만 보유하고 있다.

 

첫째 누나 송숙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26765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말까지 매각하는 등 현재 1만여주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둘째 누나인 혜숙씨도 그룹의 보통주 84711, 우선주 8022주를 보유했으나 지분 정리로 현재 절반도 안 되는 33000주만 갖고 있다.

 

혜숙씨의 남편인 김의광 전 장원산업 회장도 그룹의 보통주 15877주와 우선주 2395주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 2010년쯤 일부는 매도하고 나머지는 처남인 서 회장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모두 정리했다.

 

셋째 누나 은숙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보통주 69164주와 우선주 일부를 갖고 있었으나 현재 34000여주만 남은 상태다. 또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51578주 가운데 3000주 가량을 매각했다. 그녀가 현금화한 금액은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누나들이 주식을 팔아 지분을 줄인 반면 서 회장과 맏딸 민정씨의 지분은 꾸준히 늘어난 상태다.

 

지난 1999년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 1838000여주와 우선주 324000여주를 보유한 서 회장은 꾸준히 지분을 늘린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식 4567336(51.37%)를 보유하며 여전히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와 함께 주력계열인 아모레퍼시픽의 주식 62만주 가량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방계 일가가 조금씩 지분을 줄이는 반면 경영승계 정점에 있는 민정씨의 지분은 늘려 이를 토대로 승계기반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화사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분들이고 개인적인 주식 매도 사안이라 회사 측에서 거론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맏딸 배당금 지난해 25억원 이상 챙겨

 

서 회장이 경영승계의 가시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자신에게 배정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1448주를 중학생인 민정씨에게 전량 증여했다.

 

그 당시 증여한 주식 가치는 1330억원으로 아직까지 재계의 빅 이슈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한창 왕성했던 서 회장의 나이와 수혜자인 맏딸 민정씨가 중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후계구도에 대한 해석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재계는 서 회장의 경영승계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을 지난해 9월쯤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이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시기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10개 가운데 종전까지 주력사인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두 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

 

당시 회사 측은 책임경영을 거론했지만 업계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를 뒀다. 특히 두 회사의 지분을 맏딸에게 증여한 대목은 이 같은 예상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서 회장이 지분을 증여한 이후 에뛰드의 지분은 아모레퍼시픽그룹 80.48%, 민정씨 19.52%로 정리됐다. 이니스프리의 지분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81.82%, 민정씨가 18.18%를 보유하게 됐다.

 

에뛰드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2148억원과 28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같은 시기 이니스프리도 1400억원과 229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모회사 매출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들 회사는 최근 5년 간 약 40%에 이르는 성장률을 이어오며 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실적이 경영승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될 뿐만 아니라 사내이사로 등재된 서 회장이 직접 챙길 수 있다는 부분도 경영승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등기이사로 좀 더 책임감 있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이지 경영권 승계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재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민정씨가 챙긴 배당금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민정씨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를 통해 총 252000만원의 현금배당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10대에 1000억여원의 주식부자에 이어 20대 초반 대학생인 민정씨는 아버지의 대물림으로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91년생인 그녀는 현재 미국 코널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민정씨가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던 이 시기, 아모레퍼시픽은 불공정 행위와 물량밀어내기 등 갑의 횡포논란에 휩싸이며 오너일가의 대물림에만 신경 쓰고 대리점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동종업계에서는 민정씨가 아직 학업 중인데다 나이가 어려 당분간 서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해 가겠지만 몇 년 후에는 자연스러운 경영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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