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삼성그룹이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를 반영해 승진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감안해 과도기에 있는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삼성이 그에 걸맞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발탁 인사를 실시했던 것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날 임원 인사는 지난 1일 3명의 승진자를 배출한 사장단 인사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6∼9명의 사장 승진자를 절반 이하로 줄인 후폭풍이 임원 인사에서도 그대로 펼쳐졌다. 임원 승진 인사 규모는 353명에 그쳤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승진자가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임원 승진자는 26% 줄었다. 삼성은 인사 발표시점 기준으로 2009년 380명, 2010년 490명, 2011년 501명, 2012년 485명, 지난해 476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승진 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인사 규모가 56명으로 2011년(54명) 이후 가장 적었다는 게 그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발탁이 8명, 전무 16명, 상무 32명이었다. 2012년 74명으로 증가했던 발탁 인사 규모는 단일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지난해 사상 최다인 86명으로 확대됐다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사장단을 제외한 신임 임원들의 평균 연령이 46.7세로 지난해(47세) 대비 0.4세 젊어졌다는 점이다. 신임 임원들 평균 연령은 2011년 47세에서 2012년 46.9세, 지난해 47세, 올해 46.7세 등으로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주도 하에 ‘젊은 삼성’을 표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삼성인사에서 나타난 두 번째 특징은 외국인·경력입사자 중용 기조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외국인 임원 승진자는 9명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2명)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다. 본사 기준 삼성의 외국인 임원 숫자는 2011년 19명에서 2012년 27명, 지난해 37명, 올해 38명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삼성의 이런 인사에 대해선 해외법인 우수 인력을 본사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국적·인종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는 ‘인재제일’ 경영철학은 올해도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12년 미국 팀 백스터 부사장, 지난해 중국 왕통 부사장에 이어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인 데이비드 스틸 전무를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30대 해외 현지 인력을 본사 임원으로 승진시킨 점이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올해 임원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가 전체의 33.4%인 118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력 입사자 승진 규모와 비율은 2012년 152명(31.3%), 지난해 171명(35.9%), 올해 118명(33.4%) 등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외부 영입 핵심 인재들을 중용하는 인사 기조도 여전했다는 평가다. 전반적인 승진 인원 규모 축소로 경력 입사자 중 승진자 숫자도 감소했지만 비율은 예년 수준을 유지해 전통적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인사에서 나타난 세 번째 특징은 전반적인 승진 인원 축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 임원 중용 기조는 올해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5명의 여성 인원 승진 인사를 진행했던 삼성의 올해 여성 임원 승진자는 전무 1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이다. 이중 4명은 발탁 승진 케이스다. 1994년 대졸 공채 입사자 3명도 새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현재 삼성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이부진·이서현 사장을 포함해 총 58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단연 가장 많다. 지난 2011년 기준 그룹 내 여성 임원 수가 25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삼성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재계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인재, 특히 여성 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