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법원 판결로 양도소득세 납부 부담은 벗게 됐다. 그동안 정 회장은 직원에게 속아 주식매각대금을 떼이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7억9000여만원을 취소해달라며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던 중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29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정 회장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해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속이고 양도대금 일부를 횡령했고 돈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면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 회장이 실제 양도대금이 173억원이라는 사실을 2006년 4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될 때까지 몰랐을 개연성이 있고 서씨는 2002년 퇴사한 뒤 미국으로 이주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면 부과되는 유통세인 만큼 정 회장이 실제 양도가액이 173억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이 금액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정 회장은 어떻게 직원에게 돈을 떼이게 됐을까.
사건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서모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신세기 통신 주식 약 52만주를 팔라고 지시했다. 매도가격이나 시점 등에 대한 권한은 모두 그에게 위임했다.
하지만 서씨는 같은 해 12월 52만주를 173억원에 매도하면서 중간거래인을 내세워 2단계 계약서를 쓴 뒤 140억5000만원에 판 것처럼 속였다. 세금도 140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신고했다.
정 회장은 이로 인해 날벼락을 맞았다. 남양주세무서가 실제 거래대금이 173억원임을 적발하고 그에게 차액인 32억5000만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7억7000만원과 증권거래세 1780만원을 내라고 통보한 것이다.
정 회장은 이에 32억5000만원은 서씨가 횡령했으니 세금을 자신에게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정 회장이 서씨에게 속아 주식이 140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둘 사이에 정산해야 할 문제일 뿐 세금은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내야 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양도소득세 7억7000만원 부과는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