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LG유플러스의 새사령탑인 권영수 부회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발단은 매년 12월 또 한 번의 월급인 ‘인센티브’를 계열사 제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를 두고 ‘재고 떠넘기기’란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LG유플러스의 지휘봉을 잡은 권 부회장은 지난 15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연말 인센티브 명목으로 전 직원에게 ‘LG V10’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LG V10’의 출고가는 79만9700원.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 권 부회장이 새로운 일등 신화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임 이상철 전 부회장이 팀장급에게만 지급했던 V10을 사기진작 차원에서 전직원으로 확대해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권 부회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외형적으로는 사기진작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재고 떠넘기기’ 이른바 땡처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그 근거로 ‘V10’을 생산하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MC사업본부)의 실적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 LG전자 MC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억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3분기에는 6분기 만에 처음으로 77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당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권 부회장은 그룹 전체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센티브 명분도 세우고 계열사를 도와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LG유플러스의 대량 구매로 LG전자도 V10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이처럼 보는 것은 LG유플러스 직원 수에 기인한다. 현재 LG유플러스 직원은 7505명이며 이 가운데 정규직만도 6182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업무용으로 LG전자 휴대폰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이들 직원이 모두 가입한다면 LG전자 입장에선 재고(?)를 보다 쉽게 털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권 부회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지급하는 ‘V10’의 경우 LG유플러스를 통해 지급과 동시에 현장에서 약정하고 개통하게 만들었다는 게 그것이다. 일부 직원들이 중고로 ‘V10’을 판매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일각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직원들은 인센티브 공지와 함께 세 가지 단서조항을 접했다. 하나는 직원들은 지급 받은 V10을 되팔거나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위반하면 ‘인사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경고장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단말기 대금에 대한 세금 17만원을 2016년 1월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서조항이 알려지면서 ‘권 부회장의 횡포’, ‘직원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직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특정 브랜드 가입 직원들을 모두 LG전자 고객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강매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외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강매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선물로 지급됐고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선물해도 된다”며 “인센티브 개념도 아니고 약정기간이 있거나 세금을 납부하는 등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 트위터 등에선 강매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예컨대 ‘통큰 부회장님’ 권영수 LGU+ 대표, 전직원에 'V10' 쏜다는 기사내용과 함께 “LGU+는 이걸 홍보자료라고 내보내면 LG전자 팀킬 밖에 안 되는데...ㅠㅠ”란 글이나 “흠흠 회사돈으로 바꿔주겠지 lg전자는 재고 털고 현금확보 이건가(?)”란 글이 대표적이다.
한편 권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1979년 입사하며서 LG전자와 인연을 맺은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해외투자실, 미주 법인, 세계화 담당 이사를 거치며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이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4분기 연속 적자였던 회사를 취임 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는 등 세계 1위 패널 회사로 키웠고 2012년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 회사를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LG유플러스 사령탑을 맡을 때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취임 직후 보여준 이번 결정이 구설수에 오름에 따라 통신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에 세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