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계획 제출을 공식적으로 요청받았다. 이번 요청의 주된 골자는 경영개선 계획이나 재무개선 계획 유동성 관리 계획 등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빅3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까닭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인력감축과 부서 통폐합 같은 자구계획을 이행중에 있다.
사실 조선업계가 국내 경제 전반의 위기감을 높이는 가운데 빅3 조선사 중 그나마 사정이 조금은 괜찮았던 삼성중공업은 실적 부진에 수주 절벽까지 마주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인 삼성 브랜드가 무색하게 마땅한 탈출구마저 없다는 내부의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의 부진도 문제이지만 올 하반기, 나아가 내년도 기약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진 삼성중공업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신규수주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기존 수주계약까지 해지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수주한 47억 달러 규모의 호주 브라우즈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의 계약이 취소된 것이다. 올해 들어 수주 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한 건의 수주도 따내지 못하면서 수주 잔고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매출기준 수주잔고가 약 1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추정이 나온다.
지난 2일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 “지난해 수주했던 프로젝트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수주 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수주공백이 하반기까지 장기화되면 내년 매출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부진한 매출로 삼성중공업의 2∼4분기 영업이익률은 1.3%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해양 수주 시장 부진으로 올해 4월까지 신규 수주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79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중공업의 실적 부진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잠정실적을 공시에서 매출액 2조5301억원, 영업이익 61억원, 당기순이익 15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6.8% 급감한 것이다. 매출도 3% 가량 줄어들면서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장의 현안을 뒤로 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 큰 문제다. 단순히 조선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논외로 해도 삼성중공업의 미래 비전은 암울하다.
글로벌 수주 시장의 침체가 당장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 조선업체들의 기술 발전이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특수선 등에서 강점이 있다는 삼성중공업이지만 그동안 너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놓고 보면 탈출구가 없는 셈”이라며 “무리해서 저가 수주에 나서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중을 빼고 호시절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현재로써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