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는 이건희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의 총수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이라는 공식적인 판단이 나왔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의 경우 동일인을 각각 이재용과 신동빈으로 변경할 경우 계열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돼 동일인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분율’ 요건과 ‘지배적 영향력’ 요건에서 ‘중대·명백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판단하에 이건희(77) 회장과 신격호(97) 총괄회장이 독립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일인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이상) 및 공시대상기업집단(5조 이상) 지정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중대하고 명백하게 사정변경이 있을 경우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새로 세웠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갑작스런 호흡곤란 및 심근경색 증상으로 쓰러진 뒤 계속 병상에 누워있어 현재까지 삼성그룹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동일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소유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고 미래전략실 해체 등 실질적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게 동일인 변경의 주요한 이유가 됐다.
롯데 역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법원으로부터 합리적인 사리판단을 할 수 없어 한정후견인 지정을 받았고 이후 롯데 지주회사 전환, 임원변동 등 소유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에 신동빈 회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동일인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지배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변경 요청이 반영되지 않았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새롭게 총수로 지정됐다. 넷마블의 경우 게임업체론 넥슨에 이어 두 번째, 정보기술(IT) 기업으론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네 번째다.
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를 뜻하는 ‘동일인’이 변경될 경우 친인척의 범위도 바뀌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등 규제 대상도 달라지게 된다. 특히 동일인 변경은 책임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룹의 조직변경이나 사업추진 등 전략적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하는 만큼 향후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가 총수의 의사결정여부를 입증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단 이번 결정이 그룹에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동일인을 지정하는 의미는 대기업집단 시책을 적용하는 그룹 범위를 정하는 것도 있지만 동일인으로 하여금 조직이나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동일인이 변경돼도 일감몰아주기나 부당지원 행위와 관련해 친족이나 계열사 등 살펴보는 범위는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