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1조3200억원 규모가 매각되면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위한 사전 준비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의 압박을 충족하기 위한 추가 지분 매각이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 3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5%)를 처분했다. 전날 종가에 1.5% 할인율이 적용됐으며 삼성생명 1조1204억원(2298만3552주), 삼성화재 1958억원(401만6448주) 수준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측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8.19%)과 삼성화재의 지분율(1.43%)은 9.62%였는데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하면 지분율이 10.45%로 높아진다. 이에 삼성 그룹이 이번 블록딜을 통해 향후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이번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7.9%, 1.4%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여권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삼성이 정부 요구에 맞춰 금융계열사 자산의 3% 금액을 초과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식 처분을 가정한다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16조6534억원, 2조702억원(30일 종가 기준)어치 주식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이번 블록딜보다 15배 많은 주식이 추가로 시장에 풀리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매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매입하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문제삼으면서 사실상 어렵게 됐다.
다른 방식으로 삼성물산이 자금을 확보해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으나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는 문제가 대두된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주식 확보 비율(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약 44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자사주 소각을 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크다”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