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 ‘문맹'은 글자를 모르거나 글을 쓸 줄 모르는 것을 일컫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디지털문맹'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감염병의 창궐은 아날로그 시대의 퇴장과 디지털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촉매제가 됐다. 그 결과 대면 위주의 업무나 학교수업이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시대로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팬데믹 시대가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산업의 팽창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온라인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5060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주고객층이 2030세대에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온라인 관련 서비스업과 산업은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58.59% 선을 유지하던 쇼핑 지출 중 온라인 비중이 11월 62.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구매력이 탄탄한 높은 5060세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온라인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문맹'에 가까웠던 이들은 어떻게 해서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큰 손'으로 부상한 것일까.
코로나19가 이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지털 세계로 입성시키는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가지 않게 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
상담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60대 초반의 A씨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대면 상담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고 강연도 모두 취소돼 앞날이 막막했다고 한다.
벼랑 끝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온라인 상담과 강의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부탁해 유튜브 편집을 맡기고 부원장과 함께 넉 달 전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은 회원만 2000명이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는 컴퓨터로 문서작성 정도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라이브 방송부터 간단한 방송 편집까지 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진 그는 요즘 온라인 쇼핑에도 푹 빠져 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에는 앱을 다운 받는 것부터 결제하는 것까지 모든 게 서툴고 귀찮았는데 회원가입하고 결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난 뒤부터는 이렇게 쉬운 것을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생필품의 80% 정도를 온라인 쇼핑을 통해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기준 50대 고객의 배달앱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1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동안 2030세대 중심이었던 온라인쇼핑 결제 건수가 코로나19 이후 5060세대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고객 중 5060세대의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6~8월까지 5060세대의 간편결제 이용 건수를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5060세대의 간편결제 이용 증가율은 51%를 기록했다. 이는 2040세대의 증가율 19%를 월등히 앞서는 증가율이다.
5060세대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시니어층의 디지털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신한카드 빅데이트사업본부의 분석이다.
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이 증가하면서 앱(App)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이용 또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음악 영상스트리밍 서비스와 배달앱 이용을 분석한 결과 5060세대의 이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5060세대 이용 증가율은 스트리밍 서비스 101%, 배달앱 99%로 2040의 이용 증가율인 71%, 63%보다 높게 나타났다.
5060세대들에게 어렵고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디지털 기기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디지털 플랫폼을 경험하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진 시니어들의 소비 디지털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