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이병철 고 삼성회장의 평균 골프실력은 80타대다. 그의 아이언 샷은 주변 사람들을 놀랄 정도로 정교함을 자랑한다. 퍼터 기술 또한 완벽하다. 그린에서 라이를 읽는 눈과 퍼터에 눈을 맞추는 각도가 예리하다.
그가 드라이버 기술만 완벽했다면 기업인들 중 골프 1인자가 됐을 것이다. 이 회장의 골프는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국내에서 삼성이 한창 성장할 때인 60년대부터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필드에 나갔다. 그는 필드에 갔다온 후 스윙에 이상이 있으면 지금은 작고한 연덕춘 프로를 따로 불러 스윙을 점검하는 등 열의가 대단했다.
연덕춘은 우리나라 프로골퍼 1호로서 원조로 불린다. 이 회장의 레슨 담당이기고 했다. 이 회장은 일본프로골퍼 고바시상과 한국 연덕춘 프로를 통해 골프를 배웠기 때문에 한일 골프 고수들로부터 골프를 배운 셈이다.
살아생전 연덕춘은 이 회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원래 그 분은 완벽한 사람이었습니다. 스윙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고치려고 노력 했죠. 오늘날 삼성이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골프에서 보듯 그 같은 완전추구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연덕춘 레슨리스트 1호로 기재될 만큼 골프를 배우겠다는 자세가 남달랐다. 필드에 나가서 스윙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시정을 받는 등 골프를 배우겠다는 자세가 대단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자주 필드에 나간 사람은 고 구인회 럭키그룹(현 LG)회장과 이재형 전 국회의장(2009년 작고) 등이었다.
이들이 자주 어울일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 둘째딸 이숙희씨와 구 회장 아들 구자학씨가가 결혼해 서로가 사돈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의장과 구 회장도 사돈이었기 때문에 셋은 겹사돈격이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유달리 자주 필드에 나가 양사돈간의 우정을 돈톡히 했다.
이 회장은 매사 매너를 가장 중요시 여기듯 골프도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과는 라운딩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 골프 지론은 ‘골프는 매너로 시작해서 매너로 끝난다’였다.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은 사람 됨됨이 역시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이 얼마나 매너를 중요시 하는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전 서울항공 신용남 사장의 증언이다.
“한 번은 이 회장과 안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앞팀에서 한 골퍼가 소변을 참지 못해 몰래 실례를 했죠. 멀리서 지켜보던 이 회장은 ‘어허 저런 무례한 사람이 무슨 골프를 친다’고 하며 혀를 차지 않겠습니까. 골프치면서 내내 머리속에는 몰래 오줌을 산 사람이 가시지 않는 듯 라운딩 도중 직원을 부르더니 ‘저사람이 뭐하는 사람이고 누군지 확인해라’고 지시를 내리더군요. 직원이 확인한 결과 ‘실례를 범한 사람은 변호사’라고 말하자 노발대발하며 ‘저렇게 매너 없이 필드에서 실례를 하는 사람이 회원이라니 당장 회원에서 제명시키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 사람은 제명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처럼 이 회장은 골프장에서 매너와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것을 용납지 않는 등 철저한 도덕적 골프를 쳤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