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A그룹 한 인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그룹 내 돌아가는 분위기를 들으니 심상치 않았다. B회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수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핵심 인물은 C씨였다. 이전 D건설에서 E회장을 모셨던 그가 A그룹으로 옮긴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이후 실세로 떠오르면서 그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C씨는 D건설 당시 E회장 비자금 조성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룹 내에서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별도로 A그룹에선 B회장 측근파와 금융파 등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C씨를 둘러싼 비자금 조성 소문이 나오고 있다. A그룹에서 진행했던 F건설사업 관련 2000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한 후 3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이 만들어졌고 이 같은 내용이 내부 제보 형태로 사정당국으로 들어갔다는 게 소문의 주요 골자다.
C씨는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하도급 금액을 부풀려 사용했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이를 위해 친인척 명의까지 사용했다는 내용도 첨부돼 있다. 그는 이 자금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신의 사람들을 모으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접하면서 찹찹한 마음을 감추기 쉽지 않다. 회장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그 틈을 이용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은 과거 ‘용상(龍床)’을 넘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그래도 한 때 ‘주군에게 충성을 하겠다’고 맹세를 했을 텐데 그 맹세는 어디로 가고 바로 등에 비수를 꽂으려는 행태는 기업을 위해서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A그룹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을까. 열심히 일하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한 것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행태는 멈추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국에 A그룹의 분란은 경제적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빠른 시일 안에 A그룹의 내부가 평정되고 다시 한 번 그룹이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