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각 사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합병 결의 이후 53일간 삼성그룹을 뒤흔들던 양사간 합병 현안의 종지부다. 합병 승인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도 9부 능선에 다다르게 됐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 승인의 건을 69.53%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1억5621만7764주 중 1억3235만5800주가 참여했다. 원안에 찬성하는 주식 수는 총 9202만3660주로 집계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으로 원안대로 통과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제일모직 역시 이날 서울 중구 삼성생명에서 개최된 주총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 안건을 속전속결로 승인했다. 안건은 찬반 의사를 묻는 형태로 진행됐고 25분만에 끝났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합병회사는 지속성장을 위한 도전을 지속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5월 26일 양사가 합병을 결의한 이후 53일간의 일정에 마침표가 찍히게 됐다. 특히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합병 반대를 외치면서 난관에 봉착했던 그룹 차원의 합병 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되게 됐다.
무엇보다 이날 합병 승인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는 이제 9부 능선에 다다르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이 오는 9월 출범하면 이 부회장이 16.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삼성전자 지분(0.57%)을 3.51%까지 늘리며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삼성그룹의 핵심 지배구조인 순환출자 구조도 단순해진다.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제일모직의 순환고리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연결된다. 이 부회장의 그룹 전체에 대한 의사결정이 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셈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완전한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상속 혹은 증여 등 처리 문제와 이 부회장 등 오너가 3남매의 삼성SDS 보유지분 정리 등 과제는 남아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합병 이슈가 잦아들면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이 가시화되거나 오너일가의 보유지분 교통정리 등 일련의 후속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