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쥐에게 여우 냄새는 통증에 가까운 감각이 돼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 같다.”
쥐는 여우나 뱀을 만난 적이 없어도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선천적으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지만 어느 유전자가 이런 기능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쥐가 여우의 냄새를 맡으면 공포를 느끼는 것은 특정 유전자의 작용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특정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여우의 냄새 성분에 반응해 통증과 비슷한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의 주인공은 일본 쓰쿠바대학 국제통합수면의료과학연구소 연구팀이다.
이 연구팀은 여우 냄새를 맡더라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겁없는 쥐의 가계(家系)를 만들어 유전자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Trpa1’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정상이라면 만들어져야 할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 쥐는 여우 냄새를 맡아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는 냄새를 뇌에 전달하는 ‘후각신경’ 세포가 아니라 얼굴 통증 등을 전달하는 ‘3차(三叉)신경’ 세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동물이 포식자에 대해 갖는 공포는 후천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유전자 차원에서 선천적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