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대낮에 서울 한복판 A세무서에서 국세청 고위공무원인 세무서장 B씨가 간부들을 대동한 채 안주를 곁들인 샴페인 술자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41년 전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는 ‘5‧18민주항쟁’기념일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등 여야 지도부가 ‘광주’로 내려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엄숙한 날이었다.
세정가 일각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샀던 ‘LH 사태’가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LH 불씨가 이번에는 국세청으로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대지 국세청장이 보고 받은 시점까지도 추후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국세청을 상대로 ‘5.18 대낮 술자리 및 세정협의회 실태’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국세청은 명확한 해명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장 사진 찍히자 취재기자 휴대전화 뺏으려 폭력까지 행사하고 1시간 동안 감금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A세무서 옥상(9층)에서는 대낮 술자리가 벌어졌다. 참석자는 해당 세무서의 수장인 B세무서장(4급)과 과장·계장, 그리고 세정협의회 회원 2명으로 총 5명 가운데 4명이 옥상 카페에서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다.
<본지 기자>는 청와대가 관내에 있는 해당 세무서 건물 옥상에서 그것도 ‘5.18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기념일 대낮에 샴페인과 안주까지 테이블에 놓고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의아해 현장 상황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약 7~8분 후 세무서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명함을 건네 기자 신분을 밝히면서 “지금 상황이 부적절 한 것 아니냐, 세무서장님이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 남성을 B세무서장으로 지목했다.
이 때 B세무서장은 자신들의 술자리 장면이 기자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찍힌 것을 알아채고 동석하고 있던 과장과 기자 명함을 건네받은 간부까지 동원해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본지 기자>는 술자리 상황이 담긴 증거 자료를 지키기 위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B서장과 부하직원 등 건장한 성인 남성 3명의 완력에 의해 옥상 입구 계단 앞까지 밀렸고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옥상 안으로 몸을 회전하자 기자는 바지춤까지 잡치는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후부터 기자 명함을 받은 세무서 간부가 옥상 철문을 굳게 잠그며 무려 1시간이나 서울 한복판에 있는 세무서 옥상에 감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자는 여러 차례 옥상 철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를 했지만 B세무서장과 세무서 간부 2명에게 붙잡히고 밀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게다가 ‘신분을 밝히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현장에 있던 세무서 간부들은 ‘명함이 지금 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했다.
감금 된 상황에서도 B서장은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신체에 손을 대는 행동을 수차례 반복됐고 약 1시간 정도 지나서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세무서 밖으로 나오면서 상황이 일단락 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B세무서장과 세무서 간부들을 향해 “기자의 정당한 취재를 막을 권리가 없다”고 설명까지 했다.
국민적 공분 샀던 ‘LH 사태’ 불씨, 국세청으로 옮겨 붙나?…국회 기재위도 진상 파악 나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을 상대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재위 소속 다른 의원실에서도 국세청 측에 사건과 관련된 진위 파악에 나섰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세청 대변인실에서는 사건을 호도하고 당시 상황과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으로 입장을 표하는 등 해결보다 은폐와 축소에 열을 올리는 모습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한 지난 18일, 국세청 예하 세무서들 중 가장 중요한 곳,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청와대를 관내에 두고 있는 A세무서 옥상 카페에서 백주 대낮에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본지>는 지난 3월부터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는 세정협의회의 민낯’에 대한 제보를 받고 서울 관내 여러 세무서를 취재하던 중, B세무서장이 세정협의회를 소모임 형식으로 쪼개면서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세무서를 찾았다.
특히 B세무서장이 옥상에 마련된 카페에서 술과 다과를 곁들인 후 음식점으로 이동해 식사를 한다는 내용도 제보 속에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제보는 공교롭게도 지난 18일 A세무서를 방문한 취재기자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발생 후 국세청과 해당 세무서에서는 사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치 본지 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사진을 촬영하고 도주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당시 본지가 촬영한 영상에는 취재 기자가 오픈된 옥상으로 올라갔고 샴페인과 안주가 놓인 자리를 확인하고 증거로 남긴 후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에게 신분을 밝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남성은 기자에게 세정협의회를 진행 중이라는 답변까지 했다. 그와 동시에 기자 눈에 샴페인 병이 보였고 “이러시면 안되는 것 아니냐? 방역지침 위반 아니냐”고 질문했다. 국세청이 해명하고 있는 무단침입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본지 기자의 녹취 자료에는 현장을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분명히 밝혔으며 명함까지 건네고 신분을 밝혔다는 것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세무서 관계자들에게 “(당신들의) 명함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도리어 세무공무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감췄다는 것도 확인가능하다.
특히 기자가 국세청 고위공무원에 의해 감금된 상황은 물론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B세무서장과 세무서 간부들의 행동에 ‘밀지 말라. 손대지 마세요. 녹취 중입니다”라고 방어하는 내용까지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세무서에서는 무알콜 샴페인이기 때문에 술자리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춰 봤을 때 회의석상에 음료가 아닌 샴페인과 샴페인에 걸맞은 안주까지 올라가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5.18민주항쟁 기념일 대낮에 샴페인을 터뜨릴 정도의 사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세정협의회의 실체’를 되짚어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상황이다.
세정가, ‘세정협의회는 국세청의 아킬레스건’…전관예우의 ‘민낯’ 지적
세정협의회는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의 세정과 관련된 의견 청취를 위한 목적으로 전국 100여 곳의 일선 세무서에서 1년에 단 4회(분기 1회)진행하는 국세청의 공식 행사이며 회의록도 남기게 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일선 세무서에서는 세정협의회를 사실상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세무서 내 일부 신고 창구도 운영하지 않을 정도로 국세청에서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국세청 전체가 방역으로 민감한 시기에 B세무서장만 홀로 세정협의회를 진행하는 대목을 보면 ‘왜 굳이 지금에 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 세정가의 시각이다.
국회 한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인에 대한 완력행사가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 및 여당에게도 치명적인 사건”이라며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김대진 국세청장이 지금처럼 수수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KJtimes>에서는 지금까지 물밑 취재를 해왔던 ‘세정협회의 실체’에 대해 공개 취재로 전환하고 많은 제보를 요청 드린다. 이번 기회에 국세청 내 만연돼 있는 관행을 국민들이 올바로 알고 피와 땀이 배어있는 우리의 소중한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