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하청과 재하청의 다단계식 하도급이 주원인 것으로 경찰 조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철거업체는 경비절감을 이유로 계획서와 다른 포크레인 사용, 이격거리를 지키지 않은 성토체의 토압 등 계획서와 다른 해체,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허술한 관리 감독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인 17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학동4구역 건축물해체계획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번 건축물 붕괴는 원청의 관리·감독 그리고 감리 부실이 불러온 참사”라고 밝혔다.
심 의원이 입수한 계획서에는 해체작업용 굴삭기가 올라가는 성토체가 건축벽에 바로 붙어있는데 반해 해체계획서 도면)에는 성토체와 건축물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토체가 건축벽에 바로 붙어 작업하는 경우 건물 벽체 측면에 가해진 성토체의 토압으로 인해 붕괴사고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이다. 이격거리를 지키지 않은 이유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붐 길이가 큰 포크레인 대신 짧은 소형장비를 사용해 벽체에 밀착시켜 작업할 경우 그만큼 관련 경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이 계획서를 분석해보면 학동4구역 철거작업이 허가 시 제출한 해체계획서에 따라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고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감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동4구역 붕괴 사건은 계획서와 달리 진행된 철거과정에 대한 원청의 관리부실, 감리부실 등 총체적인 부실”이라며 “이 계획서가 원청과 감리사에 제공되고 보고되는 만큼 학동4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과 정몽규 회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건물 붕괴와 관련한 철거 업체와 재개발 조합 그리고 광주 동구청 등 모두 13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솔기업에서 백솔로 불법 하도급이 이뤄진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 밝혀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이 과연 불법 하도급을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