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진 기자] 日 ‧中 영토분쟁 중심에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양국 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갈수록 날을 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센카쿠를 국유화 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중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일본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키나와 현 이시가키시에 속한 여러 섬을 20억 5000만엔에 사들이는 사안에 합의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미 수개월 전인 지난 4월, 이시하라 도쿄지사가 센카쿠를 도쿄도 차원에서 매입하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 나온 얘기다.
일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 방침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 발표 이후 이시하라 도쿄지사는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며 “무례하고 비열하다”는 표현으로 자국 정부를 호되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시하라 도쿄지사가 국유화 방침 얘기가 나오자 “어차피 처음부터 도쿄도가 센카쿠를 매입했어도 나중에는 정부에 소유권을 넘길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매입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로 국유화 방침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센카쿠 매입을 위해 모금한 약 14억 6000만엔도 중앙 정부에 기부하겠고 밝혔다.
이시하라 지사의 입장 변화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그의 말처럼 처음부터 국유화를 염두 해 두고 ‘애국심이 강한 도지사’라는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이용했거나, 중국의 외교공세를 버티는데 일개 지자체 보다 중앙정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더 좋지 않겠냐는 판단 등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해 매입 절차와 내용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미뤘다.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 장관은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센카쿠 국유화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일절 없다”며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과가 나올 때 발표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 매입을 결정했지만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특히 이시하라 도쿄지사가 지자체 차원에서 매입한 후 강경한 실효지배 조치를 위해 어선 정박장과 등대, 무선 중계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추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전보다 일본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의 고위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고 싶은지 묻고 싶다”며 일본을 향한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댜오이다오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일본의 처사는 중국의 영토 주권을 크게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까지 상하게 했다”고 대일 외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미 10년 전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중국어선 충돌 사건으로 인해 중국은 일본과의 교류사업과 희토류 수출 중단 등 강경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당시와 비슷하거나 또는 더 강한 대응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일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중국 내에서는 반일 감정 시위가 매일 지속되고 있다. 며칠 전 중국인 청년 2명이 주중 대사의 차량을 습격해 일장기를 탈취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외교관의 차량을 습격한 것은 최소한으로 지켜져야 할 국가 간의 예의를 무시한 행동이라 일본 정부의 감정 또한 많이 상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도 국유화를 통한 일본의 실효적 지배가 현실이 되는 날, 자국의 여론을 의식해 새로운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중차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다.
센카쿠 열도를 놓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못하는 양국 정부의 정책과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