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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멈춰선 공장·치솟는 물가, 범인은 '화석연료 의존' 구조"

그린피스, 12차 전기본에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구체적 경로 반영 요구
20차례 연장된 유류세 인하, 석유 의존 고착화 초래… 재정 재배분 필요성 제기
화석연료 보조는 '임시방편', 저소득 가구 실질 소득 지원하는 추경 논의 제안
전력·수송·산업 3대 분야 구조 개혁안 제시, "위기 반복 막을 시스템 구축 나서야"

 

[KJtimes=견재수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경제 위기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현재의 위기는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닌 화석연료에 기반한 한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과 환경 파괴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국제법에 기반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수송·산업 정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 중동발 에너지 위기, 전력·산업 현장 직격

 

현재 한국 경제는 중동 분쟁의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하며 석탄발전 운전 제약을 완화하고, 올해 6월 예정됐던 석탄발전소 3기(하동 1호기, 보령 5호기, 태안 2호기)의 폐쇄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카타르에너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에 LNG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의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LNG 생산시설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계약 물량조차 물리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계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 여천NCC 등 주요 석유화학 공장들은 나프타 공급 중단으로 가동률이 90%에서 60%대로 급락했다. 그린피스는 "해협 하나가 막히자 전력, 석유화학, 수송이 동시에 흔들리는 것은 화석연료 기반 경제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 “미봉책 대신 구조적 전환 필요”… 유류세 인하 악순환 지적

 

그린피스는 정부의 대체 도입선 확보나 유류세 인하 같은 임시방편을 비판했다. 도입선을 미국이나 호주로 바꿔도 국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충격은 피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동결했던 요금은 한국전력 33조 원 영업손실과 가스공사 14조 원 미수금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로 남았다. 수송 부문 역시 유류세 인하를 20차례 연장하며 내연기관차 체제를 고착화시킨 결과, 위기 때마다 세금을 깎아 보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그린피스 5대 요구사항: “재생에너지 확대가 진정한 안보”

 

그린피스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5대 핵심 대책을 제시했다.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 확대야말로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안보 전략"이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우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린피스는 석탄 발전을 퇴출하면서 그 빈자리를 다시 LNG로 채우는 기존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경로를 전력계획에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수송 부문의 체질 개선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유류세 인하와 같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한시적 재정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해당 재원을 전기차 보조금 확대, 충전 인프라 확충,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재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다.

 

산업계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탈플라스틱 정책의 안보적 재설계를 제안했다. 나프타 공급 차질이 산업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순환경제 기본계획' 등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재사용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민생 안정 대책으로는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을 내세웠다. 특정 연료 소비를 보조하는 방식은 역진성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에너지 요금 급등으로 실질적인 타격을 입은 저소득 가구에 민생지원금 등 직접적인 소득 보전을 제공하는 추경 논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린피스는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실제 비용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LNG 추가 도입 비용과 공기업의 재무 상태, 화석연료 인프라의 좌초자산 리스크 등을 국민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 측은 "화석연료 유지 비용과 에너지 전환 비용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국내 재생에너지는 전쟁이나 해상 봉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바람과 햇빛에는 불가항력 선언이 없다”며, “정부는 이번 위기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다음 위기가 오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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