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에 참여했던 러시아의 유력 원전 전문가가 2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당국의 초기 대응 실수와 정보 차단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체르노빌 참사 직후인 1986~88년 체르노빌 원전 부소장으로서 원전 사고 수습 정부위원회의 공보 및 대외관계 담당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코발렌코는 이날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와 원전 당국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모순되는 정보만을 발표하면서 원전 인근 주민들을 제때에 대피시키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쓴소리를 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언론에 사실 발표를 주저치 않아 '미스터 프라브다(진실)'란 별명까지 얻었던 코발렌코는 "소련의 체르노빌(1986), 미국의 스리마일 아일랜드(1979) 등 세계적 원전 사고 경험을 볼 때 원전 산업 지도자들은 항상 상황을 사실보다 밝게 전하려고 애쓰며 어떤 경우엔 허위 정보를 발표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도 며칠 동안 원전 지도부의 입을 통해 '겁낼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원자로는 안전하다'고 주민들을 안심시켰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관한 정보는 지금까지도 서로 모순되고 위안을 시키려는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원자로 냉각 시스템에 대한 전력공급이 끊겼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즉각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했지만, 그로부터 이틀이나 지나 주민들이 이미 피폭된 뒤에야 대피를 시작했다"며 초동 대응 실수를 나무랐다.
코발렌코는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1천200 마이크로 시버트, 하루 3만 마이크로 시버트까지 올라가고 반감기가 30년이나 되는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원전 내부 격납 용기의 보호장치가 훼손된 것이란 명확한 신호였다"며 "이는 원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임에도 일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고로 "체르노빌 사고 당시 대피했던 원전 인근 '프리퍄티' 마을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 수준이 3만 3천 마이크로 시버트였다"며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준이 상당한 위험 수위까지 올랐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수백 t에 이르는 후쿠시마 원자로 냉각 수조의 방사성 냉각수가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 일본 당국이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일본 동료들이 잊어버린 건지 아니면 (모순되고 낙관적 발표로 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운) 체르노빌의 경험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코발렌코는 이밖에 원전 사고를 보도하는 일본 언론의 자기 검열에도 문제가 있다며 "일본 공영 방송 NHK와 미국 CNN 보도를 보면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형 사고나 테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국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관계 기관 대표들이 함께 참여하는 비정부 '정보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kjtimes日本語ニュースチーム/news@kj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