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필주 기자]부유층이 주로 이용하는 초우량고객 신용카드(이하 VVIP카드)의 부가 서비스에 대한 수술이 예고됐다.
업계와 금융당국은 연회비의 최대 5배까지 혜택을 누리는 VVIP 카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는 VVIP 카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국내 대형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다음달 중으로 마일리지 등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전월 사용 실적을 강화해 무료 상품권 제공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신규 VVIP 카드 상품은 다음달부터 아예 출시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로부터 VVIP카드 부가 서비스 내역 등을 받아 연회비보다 혜택이 많은 VVIP 카드의 문제점을 고치는 작업을 해왔다.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의 이런 움직임을 의식해 VVIP 카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KB국민카드는 내년 1월부터 VVIP 카드 회원에게 ‘간호사 방문 통합의학 검사권’을 제공하지 않으며 24시간 헬스케어서비스와 건강비서 서비스도 종료한다.
VVIP의 항공 마일리지 월간 적립한도는 기존 5만 마일리지에서 1만5000마일리지로 크게 줄이며 무이자 할부 이용액은 마일리지를 쌓아주지 않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일반 카드와 마찬가지로 VVIP 카드 혜택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무료 상품권 제공에 제한을 둘 계획이다. VVIP 카드만 있으면 이용 실적에 상관없이 무료 여행권·건강검진권 등을 줬으나 전월 또는 연간 실적이 있어야 제공하는 식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존에는 VVIP 카드에 가입하면 기본으로 연간 몇 회씩 호텔 이용권 등 무료 상품권이 나갔는데 연간으로 얼마를 썼는지에 따라 제한을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60만원짜리 ‘퍼플카드’ 가입 시 무료 상품권을 제공했으나 내년 1월부터는 카드 이용 실적을 고려해 지급하기로 했다. 가입 첫해에는 연간 50만원, 그 다음해부터는 연간 600만원을 써야 명품 할인권 등을 준다.
하나SK카드도 마일리지 등 VVIP 카드 서비스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VVIP카드 가입 자격은 연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 경영자, 종합병원 부원장급 이상 의사 등으로 제한된다.
국내 VVIP 카드 회원은 4천여명이고 이들의 절반가량을 현대카드가 유치했다. 연회비는 최대 200만원이며 월 사용한도는 기본이 1억원이다.
국내에 출시된 VVIP카드는 현대카드 ‘더 블랙’, 삼성카드 ‘라움’, 롯데카드 ‘인피니트’, KB국민카드 ‘태제’, 하나SK카드 ‘클럽원’, 신한카드 ‘프리미어’ 등이다.
부가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제주도 여행권, 건강검진권, 호텔 이용권을 상품권 형태로 제공한다. 항공기 이용 때는 동반자 무료와 좌석 승급 혜택이 있다.
VVIP 카드를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면 동반자는 무료다. 비즈니스석을 샀다면 퍼스트클래스로 승급할 수 있고 호텔 스위트룸도 이용할 수 있다. 연회비 200만원으로 최대 1천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카드사들은 VVIP 카드로 연간 100억원대 적자를 보지만 부유층 유치를 위해 해당 서비스를 유지한다. VVIP 카드 회원의 월평균 사용액은 1천만원 이상이다. 대부분 일시불에 연체율과 해지율은 0%에 가까워 카드사로서는 중요 고객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손실을 현금 서비스 등 대출 수익으로 메워 서민에게 고금리로 번 돈을 부자들에게 퍼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VVIP 카드 1장당 매년 수백만원의 손실이 나는 게 현실”이라며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VVIP 유치에 나선 탓에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아졌는데 이제는 손을 봐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