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피고인들 "어쩔 수 없이 가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전ㆍ현직 선수, 브로커, 전주(錢主) 등 60명에 대한 2차 재판에서 일부 선수들은 승부조작 가담을 전면 또는 일부 부인했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환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315호 대법정에서 1차 재판 때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 선수 17명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출석한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28) 선수는 변호인을 통해 "경기 전날 조직폭력으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고 이들이 모인 호텔방에 불려가 상당한 협박을 받았다"면서 "강요에 의해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모(32)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돈만 받았다"며 "친구가 저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3천만원을 준 것이지 승부조작과는 무관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승부조작이 예정된 경기의 스포츠토토 복권을 산 혐의(사기)로 기소된 전모 선수의 변호인은 "우연히 김동현 선수로부터 승부조작 이야기를 듣고 복권을 산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되는지 불분명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다른 김모(28) 선수는 "승부조작 제의 자체를 거절했다"며 "선배가 일방적으로 돈을 놓고 간 돈을 다음날 아침 되돌려줬고 경기도 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모(30) 선수 등 3명은 "승부조작 청탁과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항변했다.
1차 재판당시 공소사실을 인정한 피고인 43명을 상대로 오전 10시 열린 오전재판에서는 대부분이 공소사실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인정한 가운데 몇몇 선수들은 일부 부인했다.
안모(24) 선수는 변호인을 통해 "승부조작 청탁을 받았지만 실제로 부정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며 "받은 돈 200만원이 승부조작의 대가라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모(24) 선수 역시 "경기 뒤 3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만 부정행위 대가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의 요청으로 피고인 심문을 한 일부 선수들은 돈때문이 아니라 구단내 선후배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강모(23) 선수는 "더 이상 부탁하지 않는다. 한번만 도와달라"는 같은 팀 선배의 계속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거절하면 팀내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 승부조작에 참가했다"고 진술했다.
박모(24) 선수 등 3명은 "'사채에 시달리고 조직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는데 한번 살리는 셈치고 도와달라'고 팀 선배가 계속 부탁해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승부조작을 제안한 선배가 돈을 안 받겠다고 했는데 두고 갔다"면서 "상대팀과 비교해 우리팀이 객관적 전력상 열세여서 어차피 질 가능성이 많은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와 2시로 나눠 진행된다.
재판부는 29일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형을 듣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부인하는 피고인들을 상대로는 증인들을 출석시켜 본격적인 변론에 나선다. 창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