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LG전자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기술과 마케팅 겸비한 권봉석 사장을 선임하면서 ‘권봉석號’가 출항했지만 시작부터 난제를 만난 형국이다.
‘백색가전 왕국’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는 악재들이 원인인데, 그만큼 권 사장의 입장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셈이다.
LG전자는 지난 7월 올 상반기 매출 기준 생활 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LG전자의 호실적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이른바 백색가전과 더불어 공기청정기·건조기·무선청소기 같은 신(新)백색가전의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주도했다는 게 가전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올해 하반기 LG전자는 의류건조기, 정수기, 무선청소기 등에서 잇단 악재를 만나 매출 증가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의류건조기 결함이 드러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의류건조기 콘덴서(자동세척 기능)에 먼지가 쌓여 곰팡이와 악취가 발생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데 다른 것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 11월 20일 자동세척 기능 불량 등을 이유로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한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LG전자가 신청인들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 247명은 지난 7월 29일 LG전자를 대상으로 의류건조기 구입대금의 환급을 요구하며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LG전자 의류건조기가 광고와 달리 자동세척 기능을 통한 콘덴서 세척이 원활히 되지 않고 내부 바닥에 고인 잔류 응축수가 악취 및 곰팡이를 유발하며 구리관 등 내부 금속부품 부식으로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가장 이유였다.
이번 건조기 사태 이후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앞섰다는 해외 시장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국내 건조기 판매량에서 삼성 건조기 ‘그랑데’가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원이 LG전자 퓨리케어 정수기 곰팡이 논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LG전자의 백색가전 왕국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조사 착수는 지난 10월 한 달간 퓨리케어 정수기에서 곰팡이가 낀다다는 민원(95건)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직수정수기를 제조하는 여러 제조사들 중 LG전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고가 유독 많았다. 다만 이번 사태를 LG전자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직수정수기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게 소비자원의 입장이다.
정수기는 저수조(역삼투압) 방식과 직수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저수조 방식은 정수해 둔 물을 모아놓기 때문에 비위생적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반해 직수 방식 정수기는 나노필터를 통과한 물을 바로 마시는 구조로 위생적이라는 게 제조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직수 정수기에서 곰팡이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청소기에서도 LG전자의 ‘코드제로 A9’이 허위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5일 표시광고법상 기만광고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LG전자가 해당 제품을 홍보하며 ‘세계 최고 수준 흡입력’ 등의 광고 문구를 사용 했는데 알고 보니 청소기 먼지통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 측정한 성능을 마치 먼지가 쌓인 조건에서도 구현될 것처럼 표현해 소비자를 오인케 했다.
LG전자는 2017년 출시한 ‘상(上)중심 코드제로 A9 무선청소기’를 홍보하면서 TV 광고,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140W(와트) 흡입력’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16배 빠른 속도’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은 무선청소기 구매 시 가장 우선적으로 흡입력을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데 LG전자가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인 셈이다.
앞서 국내 공기청정기 제조업체들이 ‘초미세먼지 99.9% 정화’ 등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례에 비춰 볼 때 전자제품의 경우 성능을 홍보할 때 ‘특정 조건’에서 측정됐음을 광고에 표시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