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견재수 기자]현대모비스(사장 조성환)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있는 가운데 내부 핵심 자료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7년 진행된 세무조사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추가 의혹까지 있어 회사 측의 편법 대응 관련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모비스 측이 사내 주요 업무시스템을 고의로 안 보이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얼마 전부터 회사인트라넷에 있는 프로그램 메뉴들 링크 여러 개 없애버렸는데 이게 세무조사 때문이더라고? 이게 무슨 연관이 있는거지? 조사 좀 제대로 해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국세청 직원으로 예상되는 닉네임 ‘국세청‧!i!i!i!’는 “사라진 메뉴 이름이라도 좀 알려줘 봐. 어느 팀이 조사하고 있는지 찾아서 전해줄게ㅋㅋ”라는 글을 달았고, ’현대모비스‧ㅎ‘은 “투자관리시스템, 계약관리시스템 일단 이거 2개 기억난다”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국세청‧!!!!!!!‘는 “조사팀이라면 꼭 보고 싶은 제목이긴 하네ㅋㅋ”라며 화답했다.
곧이어 같은 날 현대모비스 직원 계정의 유저들이 ‘업무 공유 프로그램 flow는 왜 사라지는지 모르겠어’, ‘QMS라고 품질시스템도 없어짐’, ‘Flow라고 일정이라 업무적는 시스템도 사라짐’ 등의 글을 달았다.
현대모비스의 의왕연구소 직원 일부가 부당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혹의 글도 달렸다. 닉네임 ‘현대모비스ilji1il’은 “여기 의왕연구소 생기랑 품질인원들 연구원 아닌데 연구원이라고 속이고 세제 혜택받고 있음. 연구원 맞다고 대응해오면 그 직원들은 연구수당 주고 있냐고 무러보3. 모비스는 연구원에게 연구수당 주거든”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현대모비스 댕근말켓은 “MICNS 원가관리시스템. MPOS 구매관리시스템 추가요”라는 글을, ‘현대모비스 4 0 0’은 “걍 모든 시스템 다막아놓음”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게시글이 쏟아진 배경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할 때 자료를 예치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현대모비스 측이 급하게 사내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끊다 보니 발생한 직원들의 불만 때문 아니겠냐는 관측이 있다.
일련의 상황에 따라 현대모비스 사내 인트라넷에는 차량관련 R&D, 품질, A/S, 구매, 보안 등 주요 업무시스템 등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현대모비스 세무조사 자료 숨기기 계속 진행”이라는 글과 함께 “현대모비스 세무조사 받는다고 재경부문에서 이런저런 시스템 숨기고 사전에 직원들 PC 내 파일 삭제 및 하드교체 진행한 거는 다들 알거다”, “국세청이 PC 몇 개 들고 갔다는데 그건 아마 전부 깡통이었을거야”라며 국세청 세무조사에 편법 대응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함께 올라왔다.
현대모비스는 이와 관련 사실무근이고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이고 그 전에 기업문화와 얽힌 문제 때문에 이번 일이 불거졌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직원들 중에 400만원 격려금 때문에 반발이 심했다”며 “현대기아차는 지급을 해줬는데 현대모비스는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랬더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게시판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말들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업무시스템이 수십 개가 있는데 저희가 일하는 방식 변화로 해서 IT시스템을 변경하다 보니 그 중에 테스트용으로 작업을 한 것이 있다”면서 “이 작업은 하루 이틀 해서 원복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메뉴판에서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자 마침 세무조사인데 그것하고 관련 있는 것 아니나는 글이 올라왔고 그러면서 댓글이 달리고 회사를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인데 이번 일은 설명들인 그 수준”이라며 “지금은 시스템이 원복돼서 이상이 없고 국세청 세무조사 관련 내부 핵심 자료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우리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모비스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서 지난 2019년 국세청과 현대모비스간 2100억원대 세금 소송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국세청은 2009년 6월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 계열사 현대오토넷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법인세를 문제 삼아 2015년 3월에 2124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이 문제를 삼은 것은 현대모비스가 합병대가와 승계 순자산의 차액인 6538억원을 기업회계기준에 맞춰 영업권으로 회계처리했지만 이후 회계처리만 영업권으로 했을 뿐 이익으로 잡아 법인세를 내지도 않은 것은 물론 감가상각 처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국세청의 과도한 법인세 추징에 반발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주요 골자는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차익은 세법에서 과세 대상으로 정하는 영업권이 아니므로 부과된 법인세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현대모비스는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019년 12월 열린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현대모비스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가액 20억원)에서 현대모비스에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국세청도 즉각 항소에 나섰고 소송가액은 20억원이지만 실제 걸려 있는 세금이 2100억원대였던 대형 송사인 이 소송은 2020년 3월 현대모비스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