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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 한세그룹, 김동녕 회장 '소통 철학'의 그림자

'조깅은 소통'이라는 철학…세대 불통이 만드는 조직 리스크(?)
구조적 리스크 관리 부재(?)…관건은 승계와 오너 리스크 해결

[KJtimes=김지아 기자] "젊은 직원들이 싫다면 하지 마라." 

최근 한세실업을 뒤흔든 '강제 새벽 조깅' 논란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80)의 이 지시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한 사내 체육 행사가 아닌 오너 철학과 세대 간 인식 차이, 그리고 구조적 리스크 관리 부재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 되풀이된 오너식 문화 논란

업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조깅을 '직원과의 소통철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직원들은 강제성을 느꼈다. 직원 입장에서는 새벽 6시 30분 집합, 교통비 개인 부담, 근무시간 불인정 등의 내용을 담은 조깅은 '소통'이 아니라 '통제'였다. 

재계 한 인사 담당자는 이와 관련 "오너가 직원들과 함께 뛰는 건 좋은 의도일 수 있으나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강요가 아닌 자율과 수평적 참여를 원한다"면서 "만일 업무 지시를 받았는데도 근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급노동이자 직장 내 괴롭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세그룹(한세실업)은 과거에도 유사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일례로 2016년에는 저성과자 대상 '조깅 패널티'가 있었고, 2018년에는 면접 지원자에게 새벽 달리기를 시켜 군대식 전형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가 하면 2023년에는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새벽 조깅으로 강제성 논란이 일어났고 2025년에는 회장 직속 지시로 전사원으로 조깅을 확대했다가 직원 불만이 폭발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례가 오너의 개인 철학이 곧 조직 규율로 강요되는 구조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은 전후 세대 특유의 '체력·단결'을 강조하지만 MZ세대 직원들은 '자율·워라밸'을 중시하는 만큼 김 회장과 직원들의 인식 차이는 조깅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꼬집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리더십의 구시대적 관행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라면서 "세대 간 불통이 누적되면 조직 이탈, 집단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세대교체와 리더십 전환을 경험한 국내외 기업 사례는 한세그룹의 현주소를 더욱 선명하게 해주고 있다. 

일례로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후 '수평적 소통'과 '미래 먹거리 투자'를 강조하고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사내 프로그램 활성화로 성공적인 리더십을 일궈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군대식 문화' 비판 이후 회식·호칭 문화 개선, 근무시간 자율성 확대.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ESG 경영에 초점에 맞추며 직원들과 소통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의 경우도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과거 '종신고용·군대식 문화'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ESG 경영 전환으로 세계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실패를 보여 준 기업들도 있다. 국내 일부 전통 제조업체의 경우 고령 오너가 끝까지 경영권을 움켜쥐며 세대 불통·노사 갈등 심화되면서 결국 인재 유출과 해외 거래 축소로 직결됐다. 일본에서도 일부 중견기업은 여전히 '회장님의 철학'을 강요하다가 해외 투자자와 거래처의 신뢰를 잃고 도태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동녕 회장은 그룹 경영철학으로 '직원과의 열린 소통'을 강조해왔고 이번 사태 이후 행사 중단을 직접 지시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면서 "그러나 세대 차이를 간과한 방식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온 것은 뼈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대교체와 제도 개혁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구시대적 문화에 갇혀 리스크를 키울 것인가가 문제"라며 "국내외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는 한세그룹의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 반복된 논란 잠재울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김동녕 회장은 여전히 그룹의 상징적 존재지만 80세 고령 리더십은 곧 승계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세그룹의 경우 차세대 경영진의 독자적 색깔 부족과 오너 철학의 일방적 전수, ESG·윤리경영 기준에 맞지 않는 문화 지속을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물론 현재 한세예스24홀딩스의 주요 경영은 오너 2세와 전문경영인이 분담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그룹 내 중추 역할을 맡아 왔고, 차세대 리더로 거론되고 있다. 차녀 김지원 씨는 예스24 경영에 참여하며 콘텐츠·출판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장남인 김익환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승계 과정에서 지분 정리 문제나 세금 부담이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재벌 승계 과정에서의 공정거래위원회 감시 강화는 한세그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승계를 염두했을 때 한세그룹이 무엇보다 풀어야 할 과제로 '리더십 불통 리스크'와 '법적 리스크' 가능성을 해소하는 것을 꼽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80세의 김동녕 회장이 '조깅을 통한 소통'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며 조깅을 강행했다가 직원 불만이 확대됐고 직접 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문제 발생 후 수습형 리더십'이라는 한계를 노출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젊은 직원 세대에게는 '군대식·강제 노동'으로 인식된 리더십 불통 리스크 행태를 보여준 사례"라면서 "만일 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경우 회장 지시가 직접적이라면 형사·행정적 책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세그룹의 문제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시대적 오너 철학과 미흡한 리스크 관리 체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김동녕 회장은 조깅 중단으로 여론은 일시적으로 잠재웠지만 근본적으로 세대 간 불통·윤리경영 미흡·국제 기준 미달이 그룹 신뢰 위기를 지속적으로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OEM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한세실업은 해외 바이어들의 'ESG 경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세대 불통과 오너 리스크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거래 축소라는 실질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한세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면서 "오너 철학에 의존하지 않는 제도화된 윤리경영 시스템과 세대 간 괴리를 줄이는 참여형 문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조깅은 소통'이라는 구호는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강제와 고통으로만 들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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