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부진(40)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맏딸로, 신라호텔 사장이 된 이부진은 이번에 삼성가(家) 로얄패밀리의 딸 중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범(凡) 삼성가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부회장 등을 거치긴 했으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을 직접 챙기진 않았던 것에 반해 이부진 사장은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른다. 이부진 사장은 3일 단행된 삼성 인사에서 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으로도 전격 승진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직도 겸하게 됐다.
이처럼 ‘삼성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호텔신라 전무 시절부터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리더로서 입지를 굳혀왔다.
최근 롯데 등과 맞서서 ‘루이뷔통 대첩’ 승리는 이 사장의 ‘욱일승천’을 예고하는 전초전과 같았다. 루이뷔통의 세계 최초 공항 면세점 매장을 인천국제공항 내 유치하는 것과 관련해, ‘롯데가’와의 대결에서 낙승한 것.
이 사장은 당초 그룹 내 ‘파워게임’에서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미래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이재용 사장과 함께 ‘확실한 후계자’로 공인받은 셈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이 사장이) 아이디어 뱅크로서 호텔 경영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쳐왔다”며 “향후 더욱 공격적인 회사 운영으로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서 업계 판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호텔 측은 이 사장이 역대 최고의 매출과 양적ㆍ질적 성장 등 눈에 보이는 결실을 얻는 데 일익을 담당해온 만큼 이번 인사가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지난 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발을 디뎠다. 2001년 8월에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업계에 들어섰다. 2004년에는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했고 이듬해 상무에 올랐다. 지난해 1월에는 전무로 승진하며 호텔의 실세로 떠올랐다. 김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