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52) SK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9)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준홍(47)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는 징역 5년씩을, 장진원(53) SK 전무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최 회장의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회사에 끼친 실질적 손해가 매우 크며 동종 전과도 있다"며 "법정에서 단 한 차례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은 데다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사한 사건에서 다른 대기업 오너들은 지시, 관여 여부 등 9가지 조건 가운데 4~5가지만 충족하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며 "최 회장은 9가지 모두 해당돼 범행 가담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은 수사과정에서야 사건 정황을 비로소 인식했다"며 "이 사건을 재벌 총수가 주도한 기업형 조직범죄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최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다. 최 부회장은 언론보도와 장기간 구속 등으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이번 일은 내 부덕과 불찰 탓이다. 동생과 장진원 전무에게 재판부가 선처를 베풀어주시길 간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SK그룹은 독립적인 계열사가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라며 "총수가 모든 지시를 한다고 오해하지 말고 따뜻한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올해 1월 기소됐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51)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최 회장과 장 전무는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8일 오후 2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