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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일본 재정위기 재앙 우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장기국채 신용등급)을 8년9개월 만에 AA에서 AA-로 하향조정하면서 일본의 재정난이 부각됐다.

   국가신용등급 AA-는 중국, 대만과 같은 등급이다. 재정불안이 표면화한 스페인(AA)보다도 등급이 한단계 낮다. 선진 경제대국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이다.

   일본은 선진국 최악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과거 자민당 정권이 세수에 아랑곳없이 국채를 찍어 예산을 불려온 탓이다. 여기에 재작년 집권한 민주당 정권의 `퍼주기 복지'가 재정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세가 계속되면 국채의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는 부채의 이자 부담과 금융.경제 불안을 키워 재정위기가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일본은 탄탄한 개인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국채의 95% 정도가 소화되고 보유 외환이 많아 당장 국가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작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이 일본 채권을 기피할 경우 '열도 침몰론'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부채비율 200% 선진국 최악 = 일본의 나랏빚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돌파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채와 차입금, 정부의 단기채권을 합한 일본의 전체 국가채무는 올 연말이면 GDP 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말의 173.9%에 비해 크게 악화하는 것이며, 미국의 98.5%이나 독일의 81.3%는 물론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의 136.8%, 아일랜드의 112.7%를 상회하는 OECD 최악 수준이다.

   재무성 추산 결과 일반국채와 차입금, 정부의 단기채권을 포함한 일본의 국가부채 잔액은 2011년 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말 997조7천98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도 말인 올해 3월말에 비해 1년만에 54조6천36억엔이 증가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채와 지방채 등 모든 공적채무를 합친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이 올해말 227.1%, 내년말 234.6%, 2014년말 247.7%, 2015년말 250% 등으로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일본의 부채비율이 2020년 300%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빚으로 복지 재정적자 확대 = 재정난이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자민당 정권이 경기부양과 복지를 위해 국채 발행으로 재정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국민이 싫어하는 긴축이나 증세 대신 손쉬운 국채를 찍어 복지를 지탱하고 사회간접투자(SOC) 투자 등으로 경기를 부양해 왔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4천억엔이지만 세수는 40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특별회계 잉여금 등을 모두 긁어모아도 재정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44조3천억엔의 국채를 새로 찍어내야 한다.

   세수보다 빚이 더 많은 상태는 2년 연속 지속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큰 폭의 세수 증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무성은 일반회계의 재원부족이 올해 44조3천억엔에 이어 내년도엔 49조5천억엔, 2013년도엔 51조8천억엔, 2014년도엔 54조2천억엔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국채 신규발행으로 충당해야 한다.

   반면 세수는 내년 41조5천억엔, 2013년 42조3천억엔, 2014년 43조1천억으로 신규 국채 발행액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열도 침몰론' 현실화하나 =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열도 침몰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이 현재의 속도로 늘어난다면 결국 그리스처럼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가계의 금융자산이 국가채무보다 훨씬 많아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그리스나 아일랜드와 같은 위기에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국채를 소화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자금순환통계에 의하면 2011년말 부채를 제외한 가계의 순 금융자산은 1천80조엔으로 국채잔액(668조엔)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제개혁과 복지 축소 등으로 재정건전화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비의 증가로 가계의 금융자산과 국가채무가 비슷해지는 2020년대엔 일본이 재정위기에 함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보다 국가채무가 많을 경우 장기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본 정부가 국가 채무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정부도 몸이 달아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정치생명을 걸고 소비세 인상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증세를 내건 정권은 대부분 단명했지만 세금을 올리는 것 외엔 재정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민당 등 야권은 자녀수당과 고속도로 무료화 등 선심성 복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민주당 정권이 세금 인상으로 국민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증세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야권의 정치공세, 경기침체, 국민의 위기의식 결여 등이 맞물려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화는 난항이 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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