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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구매 그림 집에 걸어둔 재벌에 횡령죄

회삿돈으로 사들인 해외 유명 화가의 고가 미술품을 자택에 걸어두고 감상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횡령죄를 적용, 기소했다.

대기업 사주가 회삿돈으로 고가 그림을 감상하는 행태에 검찰이 횡령죄를 적용한 건 사상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삿돈을 `쌈짓돈' 삼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고가 미술품을 사들이고 이를 개인 용도로 쓰는 재벌가의 비양심적인 행위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 등 계열사 4곳의 자금으로 140억원 상당의 고가 미술품 10점을 사들였다.

담 회장 부부는 점당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미술품들을 침실과 거실, 식당 등 자택 곳곳에 인테리어로 걸어두고 감상했다.

이 정도면 자택이 웬만한 유명 미술관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게 검찰의 평가다.

검찰이 담 회장 자택의 식당에서 발견한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작품 '페인팅 11'(1953년作) 만해도 시가 55억원에 이른다.

식탁 위 천장에는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가 만든 28억원짜리의 모빌이 걸렸다.

또다른 식당 벽면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담배꽁초로 만든 20억원짜리 설치미술 작품이 배치됐다.

담 회장은 미술품 구입을 "법인의 재산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투자이고 통상적인 기업의 투자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당초 검찰은 담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에는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미술품의 소유권이 각 법인에 있다고 보고 8억여원의 대여료를 내지 않은 부분만 범죄 사실에 넣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단과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사주가 개인 집을 공사하고 그 수리비를 법인 자금으로 결제한 상황과 똑같은 법리로 판단했다"며 기소할 때에는 횡령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의 고가 미술품 거래에 쏠려 있던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본다.

고가의 미술품은 부동산 `등기'와 같은 권리관계를 객관적으로 드러낼 `공시'(公示) 방법이 없다. 일정 기간 점유하면 일체의 권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부피가 작아 수시로 점유 이전이 가능하고 시가·감정가가 주관적으로 결정되는 점 등을 노려 미술품을 대기업 사주 등이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례가 많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미술품을 인테리어 겸 투자 대상으로 애용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 비리가 들춰질 때마다 `비자금이 미술품으로 돈세탁되거나 총수들이 회삿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여 전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중희 금조3부장은 "재벌가의 고가 미술품 거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이번에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이번 사례가 다른 기업들의 불법 행위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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