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업종을 벗어나 금융분야에서도 실질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회장 직함이 의미 없을 정도로 그룹 경영 전반에서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입지를 강화한 모습이다.
26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CITIC(중신)그룹의 창쩐밍(董事長) 동사장(대표이사)과 만나 삼성과 CITIC그룹간 금융사업 협력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지난 9일 삼성증권과 중신증권이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양 그룹간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중국삼성 장원기 사장, 삼성증권 윤용암 사장, 중신증권 청보밍 사장, 중신은행 쑤궈신 부행장 등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은 양 그룹 증권사간 협력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후 양 그룹간 협력을 자산운용의 ETF(Exchange Traded Fund) 사업 제휴 등 다양한 금융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에 대해 창쩐밍 동사장은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며 양측의 협의 창구를 지정해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이후 국내 중국 주식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신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투자 대표 증권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CITIC그룹은 금융과 자원개발 등을 영위하는 중국 내 대표적인 국유회사로 지난해 9월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자산규모만 750조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CITIC그룹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일 CITIC그룹 자회사인 중신증권과 ▲리서치 정보공유 ▲고객·PB 간 교류 ▲상품 교차판매 ▲IB 부문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정보다 이틀 앞서 출국한 것은 이번 CITIC그룹과의 협력 논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출장의 첫 일정으로 베이징을 찾아 금융계열사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 셈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전자부문 경영에서 나아가 금융 분야로까지 경영 보폭을 크게 넓혔다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론이 이 부회장에게로 이양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0월 금융분야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일부 취득하면서 지배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결국 금융 분야의 의사결정 전반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갤럭시S6에 탑재되는 핀테크(Fintech) 사업에서도 미국 금융계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삼성의 얼굴로 활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회장의 집무실이자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중국과 일본 손해보험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CITIC그룹과의 미팅은 이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전자 업종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들 전반을 모두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