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STX조선해양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이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채권단에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발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까닭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놓고 국책금융기관이 아닌 시중은행들은 채권단에서 이탈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지원 대열에서 발을 빠지는 모습이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지난 11일 내놓은 4530억원 규모의 STX조선 지원안에 반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리은행도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이미 STX조선 여신을 ‘회수의문’ 단계로 분류하고 지난달 100%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현재 실사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의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STX조선해양 채권단 지분비율은 산업은행 48%, 수출입은행 21%, 농협 18%, 우리은행 7%, 기타 6%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분율은 2% 안팎으로 크지는 않다. 만일 STX조선해양의 지원 방안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 시중은행 중에는 신한은행과 농협 정도만 채권단에 남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시중은행들이 발을 빼더라도 산업은행이 제시한 4530억원의 추가 지원안은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분에 찬성 의견을 낼 것이 유력한 농협의 지분을 더하면 87%에 달해 가결요건인 75%를 무난히 넘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 시중은행들이 이탈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추가 지원에 나섰다가 돈을 떼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사실 지원에 반대하는 기관들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정도만 보상받고 채권단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산가치는 매우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채권기관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실제 채권단은 2013년 STX조선 공동관리를 시작한 이후 4조원 넘게 지원했다. 하지만 재무상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451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자본잠식(-1조9114억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산업은행 주도로 4530억원 규모의 지원안이 나왔다.
한편 올해 3월 SPP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차례로 빠진 바 있다. 당시 SPP조선에 대해선 수출입은행·우리은행·무역보험공사·서울보증보험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4개 채권기관이 48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국민·신한·스탠다드차타드·농협·외환 등 5개 은행이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