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도시바(東芝)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전이 ‘안갯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막판까지 한미일연합과 신(新)미일연합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20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에서 도시바는 협업상대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하는 신미일연합이 19일 대폭 양보한 인수안을 제시하자 주춤했다.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연합에는 한국 SK하이닉스, 애플, 델 등이 참여 중이다.
도시바는 지난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한미일연합과 이르면 이날 매각계약을 맺으려 했으나 WD의 새 제안에 흔들리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WD는 이번 양보안에 도시바 내부의 거부감을 의식해 장래 경영권 취득 방침을 철회하고 제3자 매각 중지를 요구한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WD는 도시바가 한미일연합과 매각계약을 맺으면 미에현 욧카이치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협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결정적 국면에서 유화책을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도시바는 6월 전까지 미일연합과 계약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고 한미일연합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경영권 문제 등으로 교섭이 난항하자 8월 WD 진영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WD와도 경영권을 둘러싸고 교섭이 정체 상태에 빠지고 베인캐피털이 8월 하순 미국 애플 등이 참가하는 새로운 한미일연합안을 제시하자 다시 한미일연합과 교섭을 가속화했다.
이어 지난 13일 양해각서까지 교환했다. 그러나 19일 WD가 대폭 양보한 안을 들고 나오자 도시바 내부에서는 다시 한 번 WD 진영으로 눈길을 돌리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WD는 새 제안에서 일본 정부계펀드 산업혁신기구가 5000억엔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WD가 출자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1500억엔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산업혁신기구가 당초 3000억엔 출자 계획에서 5500억엔으로 출자 규모를 늘렸는데 WD가 도시바메모리 경영에 관여하려 한다는 의혹을 해소하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이어 WD의 새 제안에는 복수의 일본기업이나 미국 투자펀드 KKR이 출자한다고 되어 있지만 당초 참여설이 돌았던 반도체 큰손 고객 미국 애플은 참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