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1919년 3·1 운동 당시 배포됐던 독립선언서 원본이 10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독립기념관(관장 이준식)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나가사키현에 사는 일본인 사토 마사오(佐藤正夫·67) 씨가 1919년 3월 1일 평양에서 배포된 독립선언서 원본을 28일 오후 기증한다고 27일 밝혔다.
3·1운동 당시 신문조서에 의하면 서울 보성사에서 인쇄된 선언서는 총 2만1000장이었다. 이중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된 진본은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선언서를 포함해 총 8장이다.
개인 소장(이희선, 박종화, 최봉렬, 미국거주 최학주)과 기관 소장(독립기념관, 민족문제연구소,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관)이 각각 4장이다. 이 가운데 독립기념관과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본 외에 6장은 모두 3·1운동 당시 서울에서 수득한 선언서로 알려졌으며, 판본도 같다.
반면, 독립기념관 소장본은 평안북도 선천에서 3·1운동을 주도한 김선량 씨 후손이 1984년 기증한 것이고,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본은 최근에 함흥지방법원 일본인 검사의 조사철 '대정8년 보안법 사건'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현존하는 보성사판 선언서 판본 유형은 총 3가지. 이번에 기증되는 사토 마사오 씨 소장본은 독립기념관 판본과 동일하다.
이 선언서는 사토 마사오 씨의 조부 사토 요시헤이(佐藤芳兵)가 1919년 3월 1일 아침에 수득해 보관하다가 1929년 일본으로 귀국할 때에 갖고 간 것이다. 이 선언서 존재는 1954년에 조부가 작고한 다음에 그의 유품 속에서 발견, 후손들이 알게 됐다. 기증자 부친인 사토 도시오(佐藤俊男·목사)씨는 이를 보관하다가 역사교사(나가사키현립 농아학교)인 기증자에게 인계됐다.
사토 마사오씨는 2011년에 일본에서 '3·1 독립운동에서 독립선언서 전개와 그 의의-평양의 한 사례를 통하여'라는 학술논문을 발표했고, 평소 조부가 남긴 독립선언서에 큰 애착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의 역사 수업에서도 3월1일 무렵 이 선언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올해 2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 중앙언론이 사토 마사오 씨 소장 선언서를 주목해 보도한 이후 각종 매체에서 잇달아 관심을 보였다.
독립기념관 측은 "사토 씨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라는 생각으로 이번에 독립기념관에 원본 선언서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토 마사오 씨의 부친 사토 도시오 씨는 1913년 평양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 평양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강점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한국에서의 삶을 회고한 '타국의 고향 - 조선으로 건너간 일본의 아이들'이라는 회고록을 1984년에 출간했는데, 이 책 후기에는 '타향을 고향이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주길 바란다'는 소회를 남겼다.
사토 마사오 씨는 기증식 후 기증 소회를 밝히는 강연을 할 계획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기증자 본인이 역사교사로 그동안 독립선언서와 마주하며 생각해온 단상과 독립기념관에 자료를 기증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