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주차장이 된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징병자의 이름이 오키나와현의 위령비에 새겨지게 됐다. 일본 시민들이 유족과 관련 증빙 서류를 찾아 각명(이름을 새김) 신청을 한 결과로, 숨진 뒤 74년만에 억울한 영혼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땅으로 끌려와 희생된 조선인 징병자 2명의 이름이 위령비에 새겨진다.
29일 일본 시민단체 '오키나와 한(恨)의 비(碑)'에 따르면 최근 오키나와현은 유족측 요청으로 조선인 출신 징병 희생자 2명 이름을 현내 위령비인 '평화의 초석'(平和の礎)에 새로 새겨 넣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945년 1월 군수물자 보급선 '히코산마루(彦山丸)'에 타고 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김만두(사망당시 23세) 씨 등이다. 이번에 이름이 추가된 김만두 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우연히 미국 잡지 '라이프(Life)'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존재가 확인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오키나와 한의 비는 잡지에 실린 김씨 사진 존재를 인식하고 묘표 중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金村萬斗(김촌만두)'라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지역 주민들 도움으로 김씨가 경남 김해에 살다 끌려와 숨진 김만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키나와 한의 비는 김씨 유족을 찾아내고 징병됐다 오키나와에서 숨졌음을 입증할 진술서와 관련 문서 등을 모아 평화의 초석에 올려줄 것을 신청했고, 오키나와현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씨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현재 개인 소유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의 시민단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 재일동포 등은 지난 2월 이곳을 찾아 추도식을 열었고, 이르면 내년 1월 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키나와현은 김씨와 함께 한반도에서 끌려왔다 숨진 박재운 씨도 평화의 초석에 추가로 올리기로 했다. 박씨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직접 증빙 서류와 함께 오키나와현에 이름을 새겨줄 것을 요청했다.
평화의 초석은 오키나와현 평화기념공원 내에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를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전몰자 모두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지난 1995년 세워져 연간 38만명 가량이 찾는다.
여기에는 희생자 24만명의 이름이 새겨졌지만, 한반도 출신자는 462명뿐이다. 평화의 초석을 관리하는 오키나와현이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해 유족 스스로 사망 상황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이번에 2명이 추가되면 한반도 출신자들은 모두 464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