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일본 기업들에게 부메랑이 돼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일본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계는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과 일본의 경제관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부품을 공급해 생산 활동을 하는 '수평무역' 관계"라며 "일본 기업이 구축해온 부품공급망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 조치로 삼성과 LG 등 대기업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유기EL 패널 생산이 정체될 수 있다"며 "일본 제조사인 파나소닉과 소니는 LG가 생산한 유기EL 패널을 사용해 TV를 생산하고 있어서 부품 조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치 업계는 한국 기업을 대형 고객으로 갖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 반도체 제조장치 업계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는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면 통신기기, 엔진 등 반도체 이외의 부품과 제품에 대해서도 한일간 거래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라며 정밀기기 등 폭넓은 업종으로 영향이 확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극우 성향인 산케이신문조차 한국 반도체 생산이 정지되면, 일본 기업들에게 여파가 미칠 것을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반도체 메모리 수출처는 중국, 홍콩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10% 수준"이라며 "하지만 중국 생산에 영향이 미친다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에서 소재 조달이 어려워진다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 제조사로 (거래처를) 옮길 수도 있다"며 "한국 기업의 반도체 제조에 영향이 발생하면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재라고도 말할 수 있는 조치를 일본이 내민 것은 솔직히 의외"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신뢰관계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다만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해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줄 본격적인 제재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 외에도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어 한일간 무역 갈등이 확대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대상 품목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전자부품과 관련 소재가 새로운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관세 인상, 송금 규제, 일본에 가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엄격화 등도 추가 보복 조치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