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경제산업성이 7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일 일본 정부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관보에서 "수출무역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28일)로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28일부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는 등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 진다. 또 비규제(일반) 품목은 일본 정부가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별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폐지하면서 그간 사용하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변경한다고도 발표했다. 일본은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상대국을 이른바 '백색국가'로 분류하고 우대해 왔다.
일본의 '백색국가'에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됐었다. 이중 한국은 지난 2004년 '백색국가'에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이 15년 만에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되면서 일본의 '백색국가'는 26개국으로 줄게 됐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그룹 A, B, C, D로 나눠 통칭을 변경키로 했다. 일본은 '백색국가'란 용어를 지난 1987년부터 사용해 왔다.
일본 경제산업성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백색국가는 그룹A가 된다. 그룹A 국가는 일본기업이 규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3년간 개별허가 절차를 면제하는 혜택이 적용된다.
그룹B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등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 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로, 그룹A에서 제외된 나라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이번에 한국은 그룹A에서 그룹B 국가로 지위가 강등된 셈이다. 그룹B는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기존보다 복잡하다.
또 그룹A 국가는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이 자율적으로 관리하지만, 그룹B 국가로 수출할 때는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현장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룹B로 한단계 낮은 대우를 받게 되는 한국은 오는 28일 이후 나사, 철강 등 수많은 비규제 품목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그룹C에는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된다. 또 그룹D는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국가로,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해당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명칭 변경 이유에 대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