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스토리

[줌人①-농업을 말한다]배용진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직격 인터뷰>

“농업정책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공익농민제’ 도입이 자본·두뇌 유입 관건”

세계 인구 전망과 현재의 세계 경제 트렌드를 보면 농업분야가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1700년대 이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80년 후인 2100년 세계 인구는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거대한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의 농업 규모와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농업은 새로운 품종개발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농업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KJtimes>는 지난 1970·80년대 농민단체를 결성해 농민운동을 이끌었던 배용진(86) 전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회장을 통해 한국 농업의 현주소와 정부 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KJtimes=견재수 기자]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농업의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농촌과 농업의 현주소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소멸위기에 있는 농촌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을 다퉈 귀농 귀촌을 통한 인구 유입을 위해 각종 유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농촌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선공후농정책(공업을 먼저 일으키고 후에 농업을 일으킴)으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제조업 중심의 부흥정책 추진으로 농업 비중은 감소했다. 그런데 2000년 중반 이후 국내 제조업 분야가 고성장을 멈추고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망의 불확실성, 세계 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식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다.


배 전 회장은 농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의 농촌 유입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된 생활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녀들이 질 높은 교육여건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농사는 땅만 있으면 됐지만 미래 농업은 자본과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배용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그 동안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해오셨다. 농업정책을 호스피스에 비유하며 농업을 죽음의 길로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농민과 농업을 건강한 생명체로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농정부재국이다. 집권세력이 필요에 따라 (농산물) 품목을 조절하고 저농산물 정책을 펴왔다. 과거 70, 80년대 고도성장기 선공후농정책이라고 해서 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수출경쟁력을 키우려고 하다 보니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가 필요했다.


그 일환으로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서 국내 농산물 가격을 낮추다 보니 농사를 짓고 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공장의 노동자로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문제는 선공후농정책을 어느 선에서 멈추고 후농정책을 모색했다면 오늘과 같은 농촌 소멸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농촌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특단의 정책으로 우선 공익농민제 도입을 꼽을 수 있다. 공익농민제란 농민을 준 공무원화 하는 것인데 농업 회생을 위해 정예화시킨 농민을 말한다.


그들이 (농업) 회생정책에 따라 친환경농업을 성공시키고 정부는 그들의 노후를 책임져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위해 연간 3만명을 투입하고 10년 동안 30만을 귀농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연간 1조원을 직불금을 통해 예산을 증액하면 10년이면 10조가 되고 10개년 계획이 마감되는 그때 농촌은 안정하게 된다.


공익농민제가 시행된다면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소 일면일교(一面一校 : 각 면마다 하나씩 초등학교를 둠)는 유지되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 공기 등 자연환경이 살아나 안전한 먹거리로 국민들을 만족 시키는 것은 물론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직불금으로 농민들의 생활이 안정돼 구라파(유럽) 처럼 장바구니 물가 걱정도 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의 유입으로 건실한 자치제가 뿌리를 내릴 것이다. 청년취업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70·80년대 농민단체인 가톨릭농민회를 결성해 농민운동을 이끄셨는데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육자의 길이 아닌 농민의 길을 걷게 된 이유와 농민운동을 해오면서 느낀 점을 소회한다면.


대구사범학교(지금의 교육대학교의 전신)을 나와 교직에 있으면서 늘 고민한 것이 농민은 왜 가난한가, 무식해서? 게을러서? 사회구조적 모순 때문에? 저는 농민의 자식으로서 이 문제를 풀어볼 생각을 했다. 1966년 귀농해 (농민)운동을 시작했고 민주화운동과 겹쳐 고행의 여정을 보냈다.


돌이켜 보면 신영복 선생의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중에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다는 내용을 항상 마음속에 되새기며 나의 자산으로 간직하고 있다.


-11년 전(2009)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농업·농촌은 고령화로 젊은 사람이 없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앞에서 말했듯이 특단의 정책(공익농민제 도입)으로 농정의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불행해진다. 농업은 경제논리로 풀 수 없다. 생명논리로 풀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전문가들은 농업이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실상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농촌에서의 삶을 기피하고 있다.


농업이 미래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바라보는 듯해서 씁쓸하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젊은 사람들을 어떻게 (농촌으로) 유입 시킬지가 관건이다. 우리는 의지만 있으면 자본과 두뇌가 있다. 오직 지도자의 통찰력에 달렸다고 본다.


젊은 층이 농촌을 기피하는 것은 삶의 가치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옛날은 가 최우선이고 다음이 자식양육이었는데 지금은 자식양육 즉 교육문제가 최우선이다. 농촌 학교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데 어느 부모가 농촌에 남겠다고 귀농해서 살겠다고 하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각 면마다 하나의 초등학교를 설립(일면일교)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공익농민제 도입 여부가 관건이다. 안정적이 교육시스템과 생활의 기반이 마련될 때 비로소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유입될 것이고 농업이 부흥할 것이다. 말만 농업을 미래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과거 농촌을 떠나 도시로 떠나는 탈농이 많았다면 최근엔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농촌 회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귀농·귀촌이 농업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자체들이 귀농 귀촌을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할 바 안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예화된 농민(공익농민제)이 필요하다. 이들이 농업 회생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 수치가 대략 30만명 정도다.


이런 정책 프레임 하에서 귀농·귀촌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귀농·귀촌이 활발하게 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농촌 회생을 본질적인 부분을 외면한 채 부차적인 면만 보는 지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귀농·귀촌도 지엽적인 것이다.


-농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는 농민연금제도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국민연금과 별개로 봐야하나.


물론 별개다. 농민연금제는 공익농민으로 선정돼 귀농하는 청년에 7급 지방공직자와 동일한 연금을 불입(30) 65세가 되면 7급 공직자와 동일한 연금을 받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가 노후를 책임질 테니 농촌 회생에 헌신해 줄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데.


우리 보다 기후적으로 불리한 쿠바가 (친환경농법에) 성공했다. 쿠바는 1991년에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는데 20년 후인 2012년에 식량자급도가 43%에서 90%로 상승했고 국민의 질병도 30% 감소했다.


당시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이 (쿠바 친환경농업 관련) 1차 보고에서 열대지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생산성과 환경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후 2차 보고서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발표하고 세기의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지금 국내에서 사용하는 농약은 석유농약이다. 자본논리에 끌려가고 있다. 친환경농약에 조금만 정부가 투자 하면 석유농약을 퇴치할 수 있다. 이 문제도 공익농민제와 맞 물려있다. (친환경농업 활성화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첨단기술이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정보통신기술이 농업을 주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지게를 벗어 던지고 경운기와 트랙터로 생산성을 높였듯이 정보통신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하지만 그것이 농업이란 숲이 될 수는 없다.


-끝으로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귀농한다면 다시 도시로 되돌아 갈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통해 공감하고 더불어 삶을 바란다면 환영한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