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확하게는 그간 비전펀드 투자행보와 다른 투자 전략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잇단 벤처기업 투자 실패에 따른 내분 결과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지브 미스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운영 총괄 최고경영자(CEO)는 헤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스라 CEO의 헤지펀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개발공사, 카자흐스탄이 참여,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FT는 내부 소식통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펀드는 아부다비에 기반을 두고 미스라 채김자와 도이체방크에서 함께 일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악샤이 나헤타가 운영할 것으로 전해진다.
◆위워크 투자 실패 회의론, 미스라식 ‘헤지펀드’ 투자 견인했나
하지만 시장에서는 헤지펀드 투자 전략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철학과 다르다는 점에서 내분이 일어난 것 아니냔 시선이다. 그간 손 회장은 중장기적 관점으로 초기 스타트업기업에 투자한 후 성장을 지지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반면 이 헤지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 미스라 CEO는 벤처투자자보단 금융전문가로 통한다. 미스라 CEO는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UBS 등 세계적 투자은행(IB) 경력을 통해 금융전략 분야 수장으로 소프트뱅크에 합류했다. 미스라 CEO는 손 회장과 달리 그의 이력에 맞춰 일회성 거래나 헤지펀드 업무를 적극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헤지펀드 투자란 새로운 투자방식은 사실상 내부 갈등에 의한 것 아니냔 의혹이 고개를 들게 된 것이다. 실제 벤처투자 업계 대부로 유명한 손 회장은 위워크 등 잇단 투자 실패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비전펀드의 핵심사업인 스타트업 투자 실패로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 규모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비전펀드 2호에는 투자금이 당초 기대치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핵심 경영자들이 소프트뱅크에서 이탈하는 구조조정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손 회장의 기존 투자방식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비전펀드 내부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투자전략을 실시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비전펀드 전략변화가 손 회장 의견을 반영한 것인가에 있다. 손 회장이 비전펀드를 총괄하는 미스라 CEO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새로운 투자전략이 펼쳐지는 것이라면 향후 내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FT 역시 헤지펀드 투자에 대한 비전펀드 행보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FT는 “미스라의 계획은 손 회장 비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는 비전펀드 투자 실패 후 사업 방향을 놓고 소프트뱅크 내부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