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지난 2018년 11월. 미국 소매 유통기업이자 최초 백화점 ‘시어스’가 126년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음을 처음 공식화했다. 한때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던 거대 유통공룡이 갑작스레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시어스 파산신청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기록됐고 온라인쇼핑몰 등장에 더해 변화된 소비패턴을 제때 읽지 못한 전통 유통기업의 결과로 남았다.
◆우편에서 ‘쇼핑 카탈로그’로 진화한 판매전략, 美 상징으로 우뚝
시어스는 1886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리처드 시어스가 우편으로 손목시계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1892년부터는 시계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앨바 로벅과 손잡고 본격적인 배송사업에 나섰고 상품 목록을 우편으로 보내 주문과 배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던 시어스의 판매 전략은 카탈로그 상품 판매 방식으로 진화하며 미국 상징이 된다.
1906년에는 주식에 상장했고 1925년에는 시카고에 첫 점포를 열었다. 이후 의류, 장난감부터 자동차, 주택 건축 세트, 묘비까지 카탈로그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판매하며 1945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 미국 중저가 백화점 체인으로 거듭났다.
2005년 초에는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중에 하나였던 케이마트(Kmart)까지 인수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아우르는 미국 최대 유통기업으로 몸집을 불린다.
하지만 1990년대 등장한 대형할인점과의 가격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객 이탈이 이어졌다. 2004년에는 시어스와 K마트를 차례로 인수한 램버트 현 회장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지만 2011년부터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속되는 적자에 매출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자금난에도 허덕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스는 2017년 기준 미국에서 23번째로 큰 소매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쇼핑몰 등에 점차 밀리면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그리고 2018년 11월. 시어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당시 부채는 113억 달러에 달했다. 한때 3700여개 이르렀던 미국 내 매장은 687개만 남겨뒀고 최대주주인 램퍼트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마저 내려놓는다.
◆변화된 소비패턴 제대로 읽지 못한 전통성 고집, 몰락 이끌다
시어스의 쇠락에는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유통이라는 시대 흐름을 뛰어넘진 못한 점이 꼽힌다. 대형할인점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 상황에서 온라인쇼핑몰과의 경쟁, 소비트렌드 따라잡기에서 뒤처지면서 주도권을 내준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미 온라인을 통한 쇼핑으로 패턴을 옮겨가는 중에도 시어스는 카탈로그사업만을 고집했다. 이 영향에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했고 이후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으나 이미 많은 매장이 폐점해 온오프 채널 융합을 이뤄낼 수 없었다.
시어스는 2017년 들어서야 아마존과 손잡고 가전제품 온라인 유통에 나섰지만 경쟁사에 비해 디지털 혁신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어스의 파산보호 신청 후 1년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된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시어스가 최대 주주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에디 램퍼트 등으로부터 긴급자금 2억5000만 달러를 확보하고 추가 매장 폐쇄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