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최근 몇 년간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방식이 일상과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확산되면서 공유 플랫폼에 기반한 사무실, 차량 공유 업체 등이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이 같은 사회 트렌드가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유경제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을 위한 모색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의 경우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인 배달 업종의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자 기업, 개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물건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버는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배송해 주는 '우버 다이렉트'와 우버 운전자들이 개인들의 주문을 받아 물건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인 '우버 커넥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버는 미국, 호주 등 25개 도시에서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대면 사업으로 매출을 올려 사업기반의 안정을 도모하고 기존 우버 운전자들에게 일감을 제공해 고용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우버는 2015년 ‘우버러시’라는 물건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이용률이 저조해 2018년 중반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역병이 수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대면 산업이 전성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산업 급성장
이처럼 비대면 산업이 뜨면서 일정 이용 기간만큼 물건을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개념의 ‘구독경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앞을 다퉈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고객들은 생필품부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재화를 월 구독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공통점은 소유 자체의 의미보다 경험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제품을 내가 원하는 시간이나 상황에 맞춰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을 추구한다. 즉 내가 필요할 때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합리적 형태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공유경제’는 소비자가 중개플랫폼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이미 가지고 있는 보유자와 거래하는 방식이라면 ‘구독경제’는 공급자(기업)가 제품/서비스 자체의 판매방식을 구독방식으로 전환해 소비자가 일정 기간 동안 제품/서비스를 경험하는 모델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공유 보다는 비대면에 가까운 구독 형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비싼 돈을 주고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도 월 구독료를 내고 내가 원하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구독형 서비스 프로그램 ‘현대셀렉션’을 개선해 차종, 상품성, 요금제, 지역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 혜택을 강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셀렉션 서비스 차종은 기존 3차종(쏘나타, 투싼, 벨로스터)에서 6차종(신형 아반떼, 베뉴, 쏘나타, 투싼, 그랜저, 팰리세이드)으로 확대했다.
월 구독 요금은 기존 단일 요금제 (72만원)에서 ▲베이직(59만원/아반떼, 베뉴) ▲스탠다드(75만원/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프리미엄(99만원/그랜저, 팰리세이드,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등 세 가지 요금제로 개편했다.
월 구독 요금제에는 차량 관리 비용은 물론 보험료, 자동차세와 같은 부대비용도 포함돼 고객이 필요한 기간에 맞춰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구독경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KB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에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했다. KB증권은 20일 월 1만원의 소액의 구독료로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클럽 서비스(PRIME CLUB)’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는 소액투자자 및 온라인 고객에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able’을 통해 필요한 투자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프라임 PB의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회원제 자산관리 서비스다.
KB증권에 따르면 투자금액이 적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받기 어려웠던 소액투자자들이 소액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글로벌 기업들의 구독경제로의 변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여름부터 콘텐츠 판매 앱 ‘아이튠스(iTunes)’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팟캐스트’ 등 구독형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이후 구독형 서비스를 시작해 성공을 거두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CD를 판매하는 대신 고객을 구독자로 만들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구독 기반 형태의 회원제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한 이후 2018년 기준 미국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달하는 1억1000만명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며 회사의 매출과 수익 개선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국내외 적으로 ‘비대면 사회’로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산업과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관련 부처들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와 대응방안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제2차 ICT(정보통신기술) 비상대책회의’를 영상으로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기술과 이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의 적극 육성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기업들이 원격근무 솔루션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컨설팅 등 지원방안과 가상·증강현실(VR·AR) 등 비대면 관련 기술개발, 제도개선 사항 등의 필요성이 주요 안건으로 제시됐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온라인 비즈니스, 언텍트 소비(물류 등)․문화, 원격기반 산업 등 디지털 경제 구축을 위한 미래기술 수요를 적극 발굴하고 비대면 산업 육성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