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 사태가 유아용품업계에 준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특히 홍성우 보니코리아 전 대표의 환불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을 두고 유아용품업계 전반에 걸쳐 신뢰도를 추락시킨 사건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회사가 그런 식으로 대처하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기 제품을 파는 다른 회사까지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용품업계 한 관계자도 “최근 5년간 베이비페어 분위기는 보니 사태 전과 후로 구분된다”면서, “보니 사태 전까지 베이비페어에 고객들이 북적거렸는데, 아웃라스트 문제가 터진 후 유아용품 행사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 같다”고 전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돗투돗’과 ‘㈜태린’
이 같은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회사가 있다. 바로 돗투돗(대표 송영환), ㈜태린(대표 김태린)이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 회사의 대표들이 직간접적으로 홍성우 전 대표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돗투돗 송영환 대표는 과거 아웃라스트 제품을 제조한 ‘㈜HY’의 황연정 대표와 부부 사이다. 보니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제조사가 ㈜HY, 판매사는 보니코리아였다.
송 대표는 본지와의 여러 차례 통화를 통해 “아웃라스트 제품을 보니코리아에 납품한 회사는 우리(HY) 말고도 여러 회사였다. 그런데 왜 우리 회사(HY)만 문제가 되는 것처럼 기사화 되는지 모르겠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송 대표의 말대로 과거 아웃라스트 제품을 보니코리아에 납품한 회사는 여러 곳이다. 그러나 보니 사태의 발단이 된 ‘아웃라스트 매트’는 HY에서 납품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니코리아 전 직원들에 따르면, “아웃라스트 제품을 보니코리아에 납품한 회사는 여러 곳”이라면서 “그러나 당시 아웃라스트 사태(보니 사태)가 시작된 계기는 매트였는데, 아웃라스트 매트는 전량 HY가 공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돗투돗의 대표이자, 예전부터 ㈜HY의 실질적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유아용품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당연히 홍성우 전 대표와는 보니 사태 이전부터 인연이 있고, HY‧돗투돗 모두 송 대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돗투돗은 같은 명칭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유아용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정확히 구분하면 제조회사이며, 판매사는 ‘㈜태린’이다. 송 대표 입장에서 보면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보니코리아에서 ㈜태린으로 바뀐 구조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유아용품 제조업을 하고 있는 송 대표가 굳이 ㈜태린이란 판매사를 별도로 두고 돗투돗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태린의 김태린 대표는 친척 조카이고 회사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돗투돗의 지분은 내가 50%, 김태린 대표가 50%로 절반씩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대표의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드러났다. 송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김태린 대표는 조카가 아니다”라고 직접 시인했다. 그리고 “김태린 대표가 ‘인플루언서(influencer)’로서 능력이 뛰어나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지는 송 대표에게 김태린 대표와 만남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명확한 답은 없었다. 다만 “취재 기자의 연락처를 홍 전 대표에게 전달했고, 연락 여부는 홍 전 대표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불리한 상황에선 ‘침묵’과 법적대응(?)…‘보니 사태’와 흡사했던 장면과 고객 기망 논란
얼마 전 돗투돗 고객들이 분노하는 일련의 사태가 있었다. 프리오더로 제품을 판매한 후 약속한 날짜에 배송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선주문에 선결제 후 배송을 기다리는 고객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여기에 고객들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회사 측의 안일한 대응 자세였다. 고객 입장에서 배송지연 이유를 알고 싶어도 회사 측과의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돗투돗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들이 돗투돗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인스타그램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송이 지연되는 원인을 알고자 해도 돗투돗은 제때 소통하지 않았고, 전화 연결 자체는 더욱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돗투돗에서 벌어진 이 같은 일들이 보니 사태 당시와 매우 흡사한 장면으로 비춰졌던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돗투돗의 고객 기망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돗투돗 사이트에 한 고객이 ‘돗투돗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보니코리아와 관련 있고, 보니코리아 홍성우 대표와 아재커스텀패브릭의 홍지우 대표가 관계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런데 돗투돗 관계자로 예상되는 ‘dottodot_made’라는 사람이 질문을 한 고객을 향해 “보니코리아 대표는 신씨이고 지금 대표는 오씨이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보니언니인지 뭔지고 이제 타겟이 제가 된건가요? 재밌네요”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dottodot_made’는 “그때당시 말씀 드렸고 그때 그 소문자 고소해서 다 조사받고 끝냈구요 작업한 업체 사람이 누군지 피드에 밝혀야 하나요? 생성은 업체가 하는 거지 저희가 하는게 아닙니다”라고 글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 사실글 보시면 저에게 디엠주세요~ 바로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본지 취재 결과 정작 허위사실로 대응하고 있는 사람은 정작 ‘dottodot_made’다. 과거 보니코리아는 물론 현재 돗투돗까지 물건을 생산납품하고 있는 사람은 송 대표다. 게다가 고객이 질문한 대로 ‘보니코리아 홍성우 대표와 아재커스텀패브릭 홍지우 대표의 관계’는 친형제 사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문점이 있어 제대로 확인하고자 한 고객을 향해 ‘허위사실 유포’라는 대글로 날카롭게 대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고객을 기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커스텀패브릭’에서 발견된 홍성우 전 대표의 1억원대 고급수입차
취재를 시작하던 초기, ‘돗투돗’의 인스타그램에는 커스텀패브릭(대표 홍지우), 마롤로뜨, 스마트스토어라움, 파스텔버블 등 여러 회사가 관련업체로 올라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기사<사라진 엄마들의 돈… 보니코리아 아웃라스트 사태 그 후>가 보도된 후 돗투돗 인스타그램에서 확인되던 회사가 관련업체에서 삭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홍성우 전 대표의 친동생이 운영하는 ‘커스텀패브릭’과 송영환 돗투돗 대표의 아내가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는 ‘마롤로뜨(대표 황연정)’다.
취재가 한창이던 중 업계 일각에서는 홍성우 전 대표가 우회적으로 재기하려 한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다. 게다가 본지가 취재 중인 특정 회사의 사옥까지 세우려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보니 사태 이후 두문불출하면서 경영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홍 전 대표가 회사 사옥까지 세우려 한다는 내용은 쉽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1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는 풍문이 있던 터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탐문을 시작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홍 전 대표와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동생인 홍지우 대표가 운영하는 커스텀패브릭 지하주차장(경기도 부천시 소재)에서 홍 전 대표가 타고 다닌다는 고급 수입차와 비슷한 모델을 찾을 수 있었다.
운전석에 놓여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혹시 홍 전 대표의 번호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확인한 결과 홍 전 대표의 번호가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근처에 주차돼 있는 또 다른 억대의 고급 수입차는 그의 동생 홍지우 커스텀패브릭 대표의 차였다.
비슷한 시기에 홍 전 대표와 김태린 대표가 과거에 개인적 친분 관계로 연결돼 있다는 점도 파악하게 됐다.
한편, <혜성처럼 나타난 ‘돗투돗‧(주)태린'… 보니코리아 아웃라스트 사태 그후> 3회에서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에서 순식간에 매진된 신발제조업체와 홍성우 전 대표와의 연관성, 그리고 취재 뒷얘기(취재 과정에서 알게된 엄마들의 또 다른 고민과 고통)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