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던 조현범호(虎)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하지만 조현범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3년여만에 다시 구속되면서 조회장의 처지도, 그룹 이미지도 '천당에서 지옥'으로 바뀌었다.
그룹 총수의 구속으로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설상가상 대형 화재로 대전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생산차질도 빚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 리스크의 화룡정점이 아닐까"라며 "전문경영인 체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심사숙고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기본급 인상을 두고 사측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앞두고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도
9일 검찰에 구속된 조 회장의 혐의는 크게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업체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자금 130억원 가량을 빌려줌으로써 회사에 일정 부분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회삿돈 수십억원을 유용해 자신의 집 수리나 외제차 구입 등에 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200억원대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은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그의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원, 조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조 회장 신병 확보에 성공한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를 받은 한국타이어 구매 담당 임원 정모씨와 회사 법인은 올해 초 먼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편, 회사 주가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연속 하락 중이다. 13일 한국타이어의 종가는 3만4500원이다.
◆'회장 구속에 대형 화재까지' 사면초가…타이어 21만개 전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대형 화재로 대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연쇄적인 생산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주 총수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생산중단이라는 악재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가류공정(반제품을 고온에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 화재 발생으로 대전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2일 오후 10시 9분에 시작돼 12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는 제2공장이 전소되고 공장 물류동에 있던 타이어 약 21만개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타이어 측은 "임직원이 조속한 사고 수습 및 복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조속한 작업재개를 통해 차질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에 1조7031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고도 설명했다. 업계는 "2공장이 전소되고, 내부 설비들이 불에 타는 등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대전공장의 사고를 수습하고 복구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생산차질로 인한 실적 타격도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에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등 두 곳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글로벌 생산량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난 대전공장은 하루에 타이어 4만5000개를 생산해 내는 곳이다. 대전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65%가 미국과 유럽, 중동 등 각지에 수출되고 35%가 국내 완성차업계에 공급되고 있다.
◆"임단협 마무리도 안됐는데…" 노조리스크에 대한 불안요소도
현재 한국타이어는 '노조 리스크'도 해결하지 못했다. 회사 측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지회)의 갈등은 장기전 모습으로 진행중이다.
지회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부터 대전과 금산 공장 등에서 게릴라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현범 회장의 구속으로 '노조 리스크'에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져 경영상 부담감과 회사 내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불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며 주요 설비가 이번 화재로 소실돼 공장을 언제 가동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밝혔다.
◆성북동미술관 지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조 회장이 '성북동 미술관' 개관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좋았을 것이다. 조 회장의 이 미술관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해 있다. 미술관이 지어진 곳은 단독주택이 있던 자리로, 조 회장은 10대 시절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470.35㎡ 규모의 해당 단독주택을 증여받았다. 토지 면적은 1198㎡(약 362평)로, 토지 시세만 1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021년 성북동 대저택을 철거하고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미술계와 재계에서는 언제 개관할지 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조 회장의 성북동 미술관은 완공후, 수개월째 비어 있으며, 미술관 등록도 아직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올해초 미술관 내부 공사는 모두 완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제 개관할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앞서 조 회장이 미술관을 지은 이유에 대해 재계는 조 회장의 아내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 씨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수연 씨는 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조 회장이 구속되면서 앞으로 미술관 개관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고상한 취미 생활', '품위 유지 수단', 나아가 '비자금 조성' 등 과거 사례만 봐도 긍정적 시선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기에 지금 미술관 개관은 시기상조, 그룹의 오너리스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미술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며 "조 회장의 구속과 별개로 미술관이 개관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미술관 건립에 부인 이수연 씨의 영향이 컸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통상 기업과 연관된 미술관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재벌가 여성이 운영 전반을 책임져왔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3년만에 또 구속된 조현범 회장 "같은 실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조 회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두 번째.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19년 11월 한 차례 구속 수감된 경험이 있다. 조 회장은 당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구속기소 됐고,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조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0년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기면서 장남 조현식 고문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분쟁은 조현범 회장이 2021년 말 정기 인사에서 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일단락 됐다.
현재 구속된 조 회장. 그룹 내부에서는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회장직 유지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도 크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