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정부가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왕고래 가스전 탐사 시추를 강행했지만, 결국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는 지난 6일 동해 심해 유전 탐사,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시추 결과 가스전 유망 구조에 경제성 없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시추 사업을 대대적으로 공표한지 고작 2개월 만에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스 탐사시추 계획 승인을 발표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명명된 본 사업은 5000억원이라는 예산 투여가 발표됐고, 예비타당성조사는 생략됐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반환경적인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으나, 가스전 탐사선이 부산외황에 입항하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체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달 6일 산업부는 가스전 탐사 결과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의 사업 무산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기후환경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천환경운동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11개 환경단체는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시대에 역행하고, 해양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중단과 국내외 모든 화석연료 시추 사업의 완전한 청산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 다른 유망 구조를 탐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 환경단체 "가스 인프라 지속는 세계적 흐름 무시한 비현실적 접근"
환경단체는 “정부는 시민사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왕고래 가스전 탐사 시추를 강행했지만, 결국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도 다른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스전 개발이 막대한 경제적·기후 환경적 피해를 초래하는 행위임을 외면한 처사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동해 가스전에서 가스가 채굴되더라도 우리나라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9배에 달하는 최대 58억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며, 이를 탄소비용으로 환산하면 최대 2416조원의 부담이 발생한다”며 “이는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스를 확보하더라도 탄소배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손해를 피할 수 없는 사업이다. 탄소중립 시대에서 가스전 개발 행위는 정부가 주장하는 '국익'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미래 세대에게도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 에너지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 중인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좌초자산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가스 수요가 79% 감소하며, 석유 또한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현재 정부 정책상으로도 불과 13년 사이에 LNG 발전에 사용되는 가스 수요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모든 신규 가스전 사업들은 예외 없이 경제성이 없을 것이며, 기존 사업조차 수익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미 좌초화가 확정된 가스 인프라에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접근이다. 대왕고래 해프닝은 ‘화석연료=경제성’이라는 산업혁명 이후 케케묵은 공식이 해체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는 또 “단순히 수요 하락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지원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세계 50대 주요 은행 중 절반 이상이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도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줄여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전이 개발될 경우 해외 투자 유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결국 국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경제적 이익’을 명분으로 국민 모두가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다”고 화석연료 개발에 따른 경제적 역풍을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경제성이 없는 화석연료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동해 가스전을 비롯한 국내 가스전 개발, 모잠비크를 포함한 해외 가스전 사업, 가스 비축을 위한 당진 LNG 터미널 기지 확장 건설 등 모든 비효율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화석연료 투자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국민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면서 동해 가스전을 포함한 국내외 모든 비경제적 가스 사업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 "기후위기 시대... 개척해야 할 자원은 화석연료 아닌 재생에너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애초부터 경제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정부는 작년 국정 브리핑 당시 포항 앞바다에 매장된 석유가스에 2270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추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했다”며 “더구나 시추가 성공했더라도 국제적으로 퇴출 추세에 있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국내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어나는만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의 전망은 비합리적으로 부풀려진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해양환경 측면에서 석유가스 시추는 생태파괴적인 사업이라며 “석유 시추 과정에서는 제트기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다. 청각 의존도가 높은 해양생물은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이동·번식·먹이활동 등에 지대한 악영향을 받게 된다”며 “굴착 과정에서는 수십 헥타르의 구멍들이 뚫리며 해저 생태계는 파괴된다. 최악의 경우 석유가 유출돼 수백 km에 달하는 해역의 해양생물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대상 해역이었던 포항 앞바다는 보호종으로 지정된 다양한 해양포유류와 해조류가 서식하는 곳이다”고 석유 시추가 불러올 환경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 연료는 빠른 시일 내에 퇴출돼야 할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당장 10년 뒤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전력 부문 탈화석연료 시점을 2035년으로 권고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새로 개척해야 할 자원은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 분야임이 분명하다”면서 기후위기 시기에 걸맞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산업부는 6일, 일부 언론이 대왕고래구조에 대한 탐사시추에 대해 ‘사실상 실패’, ‘사실상 실패 인정’ 등으로 보도한 것과관련해 “(산업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1차공 시추 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추과정에서 일부 가스징후가 있음을 잠정 확인했고 지층내 전반적인 석유시스템 구조도 양호하나, 경제성을 확보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며 “다만, 이번 발표는 대왕고래구조는 물론 다른 유망구조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며, 이번 시추에서 획득한 데이터 및 정밀분석 결과는 향후 동해 심해 지역 전반에 대한 탐사자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저류층 두께 및 공극률, 덮개암 형성 등 유망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양호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충분한 가스포화도가 없었다고 해 이번 시추가 실패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산업부는 “자원개발은 인내가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이며, 14번째 탐사시추에서 리자 유전을 발견한 가이아나, 33번째 탐사시추에서 에코피스크 유전을 발견한 노르웨이 사례 등과 같이 도전적인 환경에서도 꾸준한 탐사와 지질 데이터 축적·분석 등을 통해 발견가능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