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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진단] '예방보다 복구' 딜레마에 빠진 기후 정책...재난 '사후약방문'에 그치나?

국회예산정책처, '기후위기 적응대책 평가' 보고서 "예방보다 사후 대응에 치중"
111조원 투입에도 재난 복구 비중 역대 최고…기후약자 보호·농수산 R&D 투자 미흡



[KJtimes=정소영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재난 예방보다는 사후 복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국회예산정책처(NAPO)가 발간한 ‘기후위기 적응대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기후위기 적응 정책이 중장기적이고 효율적인 관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총 111조 7412억 원의 예산을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투입했거나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제3차 적응 강화대책(2023~2025년)의 예산 배분 현황은 예방·대비 사업에 60.1%가 배정된 반면, 사후 대응·회복 사업에는 39.9%가 할당돼 지난 적응대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과학적 예측에 기반한 기후재난 예방’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상반된 결과로, 정책 목표의 구체성 부족, 실효성 저하, 그리고 예산 운영의 전략성 부족 등 여러 한계점이 지적됐다. 실질적인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기후 대응기금, '감축'에 편중…R&D 투자도 감소 추세

보고서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인 R&D 투자는 전체 투자액의 1.7%에 불과하며, 그 비중마저 2023년 15.5%에서 2025년 11.2%로 감소하고 있어 장기적인 기후위기 적응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후대응기금의 용도를 명확히 규정해 기후위기 적응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현재 기금의 대부분이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되고 있으며, 기후위기 적응 관련 사업 예산은 2023년 7.6%에서 2025년 6.3%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한 축인 '적응'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후위기 적응 정책의 통합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각기 다른 재해지도와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다. 이에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종합적인 재해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재해위험 전망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후약자 보호·농수산 부문 적응력 강화 시급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혹한, 홍수 등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예산의 92.6%가 에너지 비용 지원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 사업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정의와 보호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수산 부문에서도 재정투자액의 51.3%를 차지하는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적응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팜 기술 고도화,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등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하고, 농어업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품목에 대한 보상 기준을 재검토해 농가의 재해 예방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잦은 집중호우에 대비한 물관리 정책과 대형 산불·산사태 예방을 위한 산림재해 정책의 문제점도 짚었다. 홍수 예방을 위한 지방하천 정비 사업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지연되고 있으며, 대형 산불 진화를 위한 부처 간 협력 체계도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후위기적응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기후위기 적응 정책의 위상을 높이고, 정책의 실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위기 적응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강조하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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