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삼양식품이 99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매각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가 “4년 전 공시한 자기주식 취득 목적을 이행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매각이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직전 이루어진 만큼, 매각의 배경과 절차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삼양식품은 2022년 자기주식을 취득하며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제시했으나, 이번 매각 과정에서 해당 목적이 실제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김정수 대표는 공시로 밝힌 약속이 지켜졌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4일 전, 1% 지분 전량 매각
삼양식품은 지난 20일, 발행주식의 1%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7만 4887주를 KB증권을 통해 전량 매각했다. 총액은 약 994억 원으로, 매각가는 주당 132만 7000원 수준이다.
이 물량은 Viridian Asset Management, Jump Trading, Weiss Asset Management 등 총 3개의 외국계 투자사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투자사 중 2곳이 단기 매매 중심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포럼은 “성장 기업이라면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를 주주로 유치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삼양식품이 단기 트레이딩 펀드에 지분을 넘긴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매각은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제출 4일 전에 단행됐다. 공교로운 시점이어서 “법 개정 전 빠르게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오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해 놓고 실제로 소각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것은 허위공시”라고 발언한 바 있다.
◆ “자기주식을 자산처럼 활용한 나쁜 선례 될 것”
포럼은 이번 매각이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의 성격을 ‘자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처분 시 신주발행 절차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포럼은 “삼양식품이 자기주식을 사실상 자산처럼 처리해 성장 재원 확보로 포장한 것은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나쁜 선례”라며 “기업들은 공시를 주주와 시장에 대한 약속으로 여기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 “임직원 보상·주주가치 제고에 실제 사용됐는지 밝혀라”
삼양식품이 이번에 매각한 자기주식은 2022년 이사회 결의로 취득한 물량이다. 당시 회사는 취득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경영성과보상”이라고 공시했다.
포럼은 이에 대해 “3년 9개월 동안 해당 자기주식이 실제로 성과보상에 활용되었는지, 주주가치 제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회사는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양식품은 현금흐름이 매우 양호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740억원으로, 자기자본(4876억원)과 시가총액(9조 8758억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그 목적을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건전성 증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럼은 “잉여현금흐름, 기존 보유 현금, 회사채 발행 등 다른 조달수단이 충분히 있음에도 왜 자사주 매각을 선택했는지 이사회가 진지하게 검토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 포럼 “시장 신뢰 저하 우려...김정수 대표가 직접 해명해야”
삼양식품은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PER 25배 수준으로 평가받는 고성장 기업이다. 포럼은 “고평가를 유지하는 데는 시장 신뢰가 중요한데, 이번 결정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포럼은 마지막으로 “삼양식품은 공시로 밝힌 목적과 실제 행위가 일치하는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며 “김정수 대표이사 및 이사회가 이번 매각의 전 과정과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4일, 삼양식품은 공시를 통해 자사주 7만 4887주 전량을 1주당 132만 6875원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주당 처분가액은 처분 전일 종가에 3.5% 할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삼양식품은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양식품은 272억원을 투자해 중국 자싱시에 8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