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설탕 제조·판매 시장을 사실상 과점해온 국내 3대 제당사가 4년여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급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중대한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총 4,000억 원을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여 동안 음료·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을 상대로 한 B2B 거래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참가 사업자당 평균 부과 금액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사업자당 평균 1361억원)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검찰이 고발요청한 3개 법인 및 임직원 11명에 대해서는 이미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설탕 산업은 식량 안보와 농가 보호를 이유로 고율 관세와 무역장벽이 적용돼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공정위는 이런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가격을 공동으로 조정한 이번 담합 행위가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국민 부담이 가중된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상은 함께, 인하는 늦게…'원당 가격' 명분 삼은 조직적 담합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제당사는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원당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거래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며 협력했다.
반면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하 시기를 지연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 인하 폭을 더 적게 설정하거나, 인하 자체를 늦추는 방식이 반복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은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과 연락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대표급과 본부장급에서는 개략적인 가격 인상 방향과 3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영업임원과 팀장급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가지며 가격 변경 시기·폭, 거래처별 협의 일정, 협상 난항 시 대응 방안까지 세부적으로 조율했다.
가격 변경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 인상 또는 인하 계획을 통지했고, 협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각 수요처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했다. 예컨대 A 음료회사는 씨제이제일제당, B 과자회사는 삼양사,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협상을 맡고, 그 결과를 다른 제당사들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담합 구조 속에서 제당사들은 원당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한 가격 인상은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았고, 반대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인하를 회피하거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제당사들의 이익은 극대화된 반면, 실수요처의 비용 부담은 커졌고, 결국 식료품 가격 상승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됐다.
공정위는 특히 이들 제당사가 2007년 동일한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담합을 감행했고, 2024년 3월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며 조사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논의까지 벌인 점을 중대하게 봤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고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 담합을 제재한 사례"라며,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통해 설탕 가격 추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담합 재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현재 조사 중인 식료품 담합 사건도 신속히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