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제일모직 상장이 임박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삼성 지주회사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지 여부와 지주회사 전환의 적정 시기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최근 제일모직·삼성SDS의 조기 상장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점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절차 진행 등에에 기인한다.
일각에선 그룹 측의 부인에도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 흐름 등에 비춰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간다면 내년 1∼2월이 실행을 위한 적기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을 놓고는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분할신주 또는 합병신주의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분석하기도 한다. 분할·합병 당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현행 규정상 3년간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불가능해 지주사 지배력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이 내년 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가 충분히 낮은 데다 현재 실적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일모직의 상장과 함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폭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초에 저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오름세를 유지한다고 예상한다면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시점을 내년 1∼2월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6월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이 처음 상장 계획을 발표했을 때 금융투자업계에서 잇따라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직후 그룹 내부에서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나온 탓이다.
그룹 관계자들의 견해는 계열사 간 지분정리에 수십조원이 드는 데다 현재 순환출자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의 이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으로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발목을 잡은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을 삼성 지주회사가 인수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이 문제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금산 분리 관련 법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과 상호출자 제한기업에서 계열사 간 지분 교환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점 등이 지주회사 전환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