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일제가 일으킨 전쟁 와중에 한반도에서 중국 만주 지역으로 강제 이주한 조선인 약 60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기록집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2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주 2세대인 이광평(74) 씨는 최근 이주 조선인들의 애환을 담은 기록집 '만주로 건너간 조선족들-사진으로 더듬는 기억과 흔적'(世織書房)을 출간했다.
이씨가 만주의 조선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 문화관장으로 일할 때다. 당시 이씨는 1999년 약 1000명이 이주해 온 것으로 알려진 한 마을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들었다.
이씨는 90세가 넘는 노인들로부터 '속아서 이주한 사연'을 듣고 자신의 할아버지와 부모를 생각했다. 그의 할아버지와 양친도 함경북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1939년 일본군 창고가 마을에 들어서면서 땅을 빼앗기고 북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룽징으로 이주했던 것.
당시 조선인 만주 이주정책은 조선총독부와 일본 간토군(關東軍)이 주도했는데, 이 정책으로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인 1945년 시점에 만주 지역에 살게 된 조선인은 200만명을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은 관심을 제대로 못 받았고, 그 결과 변변한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아 이씨가 책을 펴내게 됐다. 이씨는 조기퇴직을 선택한 후 자비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장만해 조선족의 흔적이 있는 95개 마을을 10년여간 돌았다.
이씨는 태평양전쟁이 끝나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던 조선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광경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위안부 출신 여성을 찾아갔을 때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설득 끝에 '일본 병사를 매일 상대하다가 병에 걸려 위안소에서 쫓겨났다'는 증언도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