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본격적인 참의원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일본정부의 한국으로의 반도체 제품 수출 규제 강화 조치도 시작됐다. 짜놓은 듯 맞춰진 데 대해 일각에서는 '선거의 아베'란 별칭을 갖은 아베 내각이 보수층 유권자 결집을 위해서란 시선이다.
4일 일본정부는 이날부터 참의원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현에서 첫 선거 유세에 나섰다. 그는 2차 아베 정권 발족 이후 대부분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지진과 원전 사고 피해를 본 후쿠시마현에서 첫 유세를 했다.
그는 이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해 (개헌에 대해) 논의하는 정당을 선택할지, 심의를 전혀 하지 않는 정당을 선택할지를 정하는 선거"라며 개헌을 선거의 이슈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개헌 세력들은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기 위한 개헌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같은 날 한국으로의 반도체 제품 수출 규제 조처도 본격화됐다. 즉, 참의원 선거의 후보자 등록과 선거가 고시되는 시점과 수출 규제 조처가 내려진 시점이 같은 것이다.
때문에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개시와 함께 보복 조처를 하며 한국 공격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 때리기'가 참의원 선거의 표 모으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정치적 판단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아베총리는 전날 열린 여야대표 토론회에서도 위안부 문제까지 거론하며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우대조치를 못 한다"고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4일 사설을 통해 "아베 정권이 한국에 강경 자세로 임해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앞의 인기를 얻고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선거에 외교 이슈를 끌어다 쓰는 전략을 자주 써온바 있다.
지난 2017년 '희망의 당' 돌풍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고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한 데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한 '북풍(北風)' 전략이 주효했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의 정상과 잇따라 만나 '외교는 역시 아베'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석 달 연속 정상회담을 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비슷한 전략을 썼다. 다만, 2년 전 중의원 선거 때와 비교하면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퍼진 상황에서 '때리기'의 상대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뀐 셈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통계 부정' 사태로 궁지에 몰렸을 때는 한일 간 '초계기 저공비행-레이더 갈등'을 부각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한국 때리기'에 힘을 쏟고 '외교 역량'을 자랑하는 전략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저격할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예상과 다른 일격을 맞았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중일간 영토 갈등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언급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도 그간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일본 방침을 왜곡하는 것으로, 일본 기업들도 작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이린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농산물 수입금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패소한 것 역시 이번 선거에서 여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고 지난 3일 군마(群馬)현에서 열린 거리 연설에서 한국이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의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한국이 이를 부인하자 머쓱해지기도 했다.
한편, 전체 의석의 절반가량인 124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과 공명당 여권과 개헌에 우호적인 '일본 유신의 회'가 선거 대상이 아닌 선거구의 의석을 포함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지가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