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 A과장이 전화해서 라인으로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하던 업무를 마치고 가려고 했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내려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야 빨리 안 내려오냐? 야, 씨X 빨리 내려오라는데 왜 안 내려와?’라며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전산원 업무도 힘든데 제조일까지 배우라고 해서 힘들다고 했더니 과장이 제 귀에 대고 라인이 떠나가도록 ‘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니들 업무 배우라고 안 했냐! 씨X, 너네 씨X 지금 물량도 없고 바쁘지도 않은데 뭘 힘들다고 하냐, 씨X 너네가 지금 못 배웠다고 하면 위에서 그냥 그렇게 생각할 것 같냐?’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너무 분하고 속상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있어서 대부분의 동료들이 그냥 순응하며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도 힘든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너무 많습니다.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심한 욕을 해댑니다. 폭언이 일상이고, 성희롱까지 다반사입니다. 관리자들이 다시는 우리에게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막고 싶습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소재한 패키지 기판 전기검사 전문 업체 ㈜테스트테크(대표 한승희) 전산원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노동자의 충격적인 사연이다.
지난 14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테스트테크 전산원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가 보내온 이 같은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가 추가로 공개한 또 다른 제보자는 “A과장은 평소에 ‘야’는 기본이고 입을 ‘아X리’라고 말하고, 검사 도중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을 전부 모아 실적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온갖 폭언과 욕설 심지어는 인신공격까지 일삼았다”며 “A과장은 카카오톡 조반장 대화 창에 노골적으로 ‘욕 처먹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 얼마든지 욕 처해줄 테니’라고 말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이 회사에는 현장실습생으로 들어와 실습 기간을 거쳐 입사한 2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많다”며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20대 청년노동자들에게 관리자들은 ‘씨X’을 입에 달고 쌍욕과 폭언을 일삼았다. 특히 불량이 났을 때 조장이나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폭언을 일삼고, 큰소리를 치는 등 갑질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어 “‘씨X 부장’이 활개 치는 회사에는 욕만 있지 않았다. 여성들의 팔을 꼬집고, 여성 전용 탈의실을 남성 관리자들이 드나들고, ‘뚱뚱한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등 성희롱이 난무했다”며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를 소진하도록 강요하고,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회사가 지정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시간 교대근무임에도 조식이 제공되지 않았고, 점심에도 밥이 모자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방진복 세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업무에 필요한 소모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직장갑질 119는 “‘씨X 부장’이 활개 치는 회사에서 청년들의 인권은 말살됐다”며 “이직률이 2022년 기준 86%(국민연금 2023년 4월)에 달하고, 취업 온라인 사이트에는 ‘테스트테크는 어딜 가든 최악입니다. 내근직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몇 개월 내 퇴사합니다. 오래된 몇몇은 그냥 꿀 빨면서 다니고요’라는 댓글이 달린다”고 전했다.
이어 “폭언을 참다 못한 젊은 노동자들이 지난 2월 9일 노조를 설립하자 ‘씨X 상사’들 주도로 복수노조를 설립했다”며 “폭언을 일삼은 A과장을 비롯해 누구 하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회사는 ‘씨X 상사’를 비호하고, 고용노동부는 불법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테스트테크 인사팀 관계자는 <KJ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현장 내에서 폭언 관련 사건에 대해 저희 채널을 통해서 접수된 건은 없었다”며 “그래서 저희는 그것에 대해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지난 15일, 16일 인터넷 기사가 떠서 이를 근간으로 지금 저희도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사 결과, 사실임이 밝혀진다면 일단 해당 관리자를 격리 조치부터 할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서 거기에서 적당한 징계 수위까지 뽑아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법에서 요구되는 사항들을 모두 준수하면서 법대로 할 거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요구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테스크테크 측에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는지 질문에 대해 그는 “저희 회사 측은 작년쯤에 한 명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적은 있다”며 “그때는 조사까지 다 했었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퇴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가 퇴사하면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거기서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는 ‘모욕·명예훼손’(18.9%), ‘부당지시’(16.9%), ‘폭행·폭언’(14.4%), ‘업무 외 강요’(11.9%), ‘따돌림·차별’(11.1%) 순으로 나타났다. ‘폭행·폭언’은 2021년 6월 14.2%에서 2022년 3월 7.3%까지 줄었다가 이번 조사에서 14.4%로 다시 늘었다.
직장갑질119는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는 622건이었는데 그중 직장 내 괴롭힘이 372건으로 59.8%였다”며 “직장 내 괴롭힘 제보 중 ‘폭행·폭언’이 159건으로 42.7%였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최소한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견디다 못해 20대, 30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관리자들인 가해자들이 가입돼 있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다수노조가 돼 단체교섭권을 가져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이들을 비호한다. 여기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회로 바로 나온 20대, 30대 청년들이 있다”며 “노동부는 청년을 이야기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이야기한다. 노동부는 염치가 있다면 즉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