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국세청이 주가조작과 허위공시, 기업사냥 등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를 통해 이익을 챙긴 뒤 세금을 회피한 기업과 관련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여 2,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
투자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흔든 뒤 사익을 챙긴 세력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5일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8개월간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에 대한 집중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27개 기업 및 관련자들의 탈루 소득 6155억원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2576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가조작 등 조세범칙 혐의가 확인된 30건은 검찰에 고발하고 16건에 대해서는 통고처분(벌금 부과)을 내렸다.

이번 조사는 허위공시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시세차익을 챙기는 세력, 경영권 인수를 미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사냥꾼,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지배주주 등 주식시장 신뢰를 훼손한 세력을 겨냥했다.
특히 국세청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가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 세금 환수와 형사 조치를 병행했다.
◆허위공시·기업사냥·사익편취…시장 교란 3대 유형
국세청 조사 결과, 가장 많은 탈세가 발생한 유형은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국세청은 이러한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한 9개 기업에 대해 946억원을 추징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기업은 친환경 에너지 등 유망 신사업 진출을 발표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페이퍼컴퍼니를 자회사로 세워 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횡령한 자금은 고가 전세금이나 골프 회원권 구입 등 개인 소비로 흘러들어간 사례도 확인됐다.
매출이 없는 부실기업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허위 매출을 만들어 공시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기업은 코로나 시기 수요가 높았던 의료용품 판매 실적을 조작해 기업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 뒤 관련 업체를 통해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사냥꾼의 '먹튀 경영'도 주요 탈세 유형으로 꼽혔다. 국세청은 사채업자 등 기업사냥꾼이 친인척 명의를 활용해 상장사 지분을 확보한 뒤 경영권 변동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단기 차익을 챙긴 사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허위 급여나 가공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해당 유형에서는 8개 기업을 대상으로 410억원이 추징됐다.
또 다른 유형은 지배주주가 회사를 사실상 개인 소유처럼 활용하며 사익을 편취한 경우였다. 한 상장기업의 사주는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사의 주식을 자녀에게 헐값에 넘기기 위해 장외 거래 플랫폼에서 인위적으로 낮은 시세를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증여해 증여세를 축소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사례에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한 뒤 주가가 9배 이상 상승하면서 사주 자녀들이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지만 증여세는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형에서는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1220억원이 추징됐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주가 급변 동향과 비정상 거래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후속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불공정 거래가 확인될 경우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변칙적인 지배력 이전이나 재산 은닉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가조작과 허위공시 등으로 이익을 챙기면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는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라며 "주식시장 교란 세력에 대해서는 탈루 세금 환수는 물론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시장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처로 자리 잡아 기업 투자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공정 탈세 행위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