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국내 10대 그룹의 법인세 감소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세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원 마련이 필수라는 점에서 기업의 실적 악화에 이은 법인세 감소는 차기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다.
18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그룹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주요그룹들의 법인세 비용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가운데 작년 12월 결산 82개 상장사의 2012회계연도 영업실적 잠정치(개별기준)를 근거로 조사한 올해 예상 법인세는 11조 7220억원 규모였다. 이는 작년보다 1조6780억원(16.7%)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조선, 건설, 화학 등 파이가 큰 업황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산업의 역할이 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를 제외하면 그 내용이 달라진다. 이들 두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올해 예상 법인세 비용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당장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16개사)만 보더라도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실적 악화, 그리고 적자전환 상태인 SK하이닉스까지, 추정되는 법인세 비용이 1조4270억원에서 7660억원으로 무려 6610억원이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6.3%나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3개사)도 조선업의 불황이 지속돼 작년 세전 순이익이 전년보다 43.6%나 줄어든 1조4280억원을 기록, 법인세 비용도 3650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11개사)은 LG화학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전년보다 1430억원, 포스코그룹도 (주)포스코의 영업 이익 급감으로 인해 1060억원의 법인세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와 GS, 한화그룹도 각각 2010억원, 890억원, 370억원 등 감소가 불가필 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로 법인세 비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작년 국세가 당초 계획보다 2조8000억원 가량 덜 걷혀 나라살림이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작년보다 올해의 세수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법인세는 전년도인 2011년보다 1조원이나 더 걷혔다. 전체 세입 203조원의 22.6%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1년의 경제 상황이 그나마 조금 더 나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0.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기업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해 올해 걷힐 법인세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을 제외한 모든 그룹의 올해 법인세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10대 그룹보다 경기 침체의 타격을 더 많이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대기업 또는 중견·중소기업까지 합할 경우 올해의 세입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주일 후로 다가온 새 정부 출범의 큰 그림 가운데 하나가 경제민주화인데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 경영과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과 노력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